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만원이 돈인가… 장보기 진짜 겁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만원이 돈인가… 장보기 진짜 겁나요"

입력
2011.03.28 06:17
0 0

장바구니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이상한파와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후폭풍이 본격화한데다 일본의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 위험에 따른 공포가 먹거리에까지 이어진 결과다. 그야말로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구제역과 조류독감 파동으로 돼지ㆍ소ㆍ닭고기의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또 젖소 살처분으로 원유(原乳) 생산량이 줄면서 우유가격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말 기준 22개 생필품목에 대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11개국과 우리나라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돼지고기는 이들 국가 평균보다 무려 104%가 높았고, 쇠고기도 1.5배 가량 비쌌다.

과일과 채소 가격도 껑충 뛰었다. 최근까지 지속된 꽃샘추위로 작황이 좋지 않아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 30일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으로 참외 10㎏ 한 상자 가격은 5만8,081원으로 1년 전(3만9,922원)보다 45%나 뛰었다. 지난해 김장철을 앞두고 파동을 겪었던 배추값의 경우 가파른 상승세는 꺾였지만 포기당 가격이 여전히 작년보다 57% 가량 높은 4,800원 안팎이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일본산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피쉬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날 만큼 수산물 가격도 급등했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고등어만 해도 대형마트들이 일본 대신 다른 나라의 수입물량을 대폭 늘렸지만 작년에 비하면 등급별로 40~100% 가량 비싸다.

장바구니 물가의 이 같은 상승은 수치상으로도 금방 확인된다. 올해 1월과 2월 우리나라의 식품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1.6%, 12.2%나 올라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한 것.

현 물가 상승 추이가 계속된다면 지난해 하반기 22.5%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던 엥겔계수가 올해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등의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높아진다는 건 결국 서민가계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건 소비자들이 먹거리에 쓰는 돈을 줄이고 있는데도 전체 지출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대형마트의 식품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5% 감소했고, 백화점의 식품매출은 무려 38.7% 줄었다. 이는 결국 물가가 워낙 많이 뛴 탓에 엥겔계수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농수산물 수급안정 방안으로 국내 공급이 부족한 종자용 옥수수, 참깨, 가공용 대두 등 12개 품목의 시장물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이 가장 어렵지만 4월에 들어서면 농수산물 수급이 개선돼 먹거리 관련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앞으로도 가격상승 요인들이 많은 데다 정부가 지금까지처럼 이를 통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본 원전사태가 계속될 경우 한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국내 식탁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가공식품 역시 제빵ㆍ제과ㆍ커피업체들이 가격인상 시기만을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물가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밀가루와 설탕가격이 오름세여서 국내 식품업체들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하다"며"여기에 국제유가마저 계속 상승해 개인서비스 요금 등도 상승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총체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