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했을 때 나에게 오랫동안 남아있는 풍경이 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비행기로 백두산 삼지연공항에 내렸다. 공항에서 버스로 이동하는데 마을 사이를 지나게 되었다. 차장 밖으로 북한 주민들을 보았다. 일정 동안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도 사람구경하기가 어려웠는데 삼지연에서는 달랐다. 그들의 민가는 삼각형 지붕의 펜션 같았다. 한 아주머니가 대한민국이라 새겨진 쌀 지원봉투를 이고 걸어가다 있었다. 내 옆 자리의 통일부 관계자는 대한민국이라는 글자에 햇볕정책이 이 먼 북쪽까지 비추는 것 같다고 감격했다. 조금 있다 나타난 것이 남자 몇몇이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서 돼지를 잡고 있었다. 돼지는 버둥거리고 남자들은 조심해서 돼지의 털을 뽑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풍경이 연출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짐 캐리의 영화 ‘트루먼 쇼’를 보는 것 같았다. 버스는 이동 중이었기에 그 아주머니의, 돼지 잡는 아저씨들의 다음 행동은 보지 못했지만 버스가 지나간 뒤 북한판 ‘트루먼 쇼’는 즉시 감독이 ‘컷’ 소리를 질렀을 것 같다. 유엔은 최근 북한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00만명 이상이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에 47만5,000톤의 식량 지원을 권고했다. 그건 분명 쇼가 아닐 것이다. 즉시 정부는 북한을 도와야 한다. 그들을 굶어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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