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물질 제논 요오드 세슘이 국내에서 연이어 검출되자 플루토늄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원자력안전 당국은 플루토늄 검사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기체 상태로 확산되는 제논 요오드 세슘과 달리 플루토늄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액체 상태로 나와 땅으로 스며든다. 상대적으로 고농도 상태로 누출된다는 얘기다. 28일 일본 후쿠시마(福島)원전 부지 안 5곳에서 검출된 플루토늄도 토양에서 나왔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검출 위치가 대부분 내륙 쪽"이라며 "바다 쪽으로 흘러갔는지를 확인하는 게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플루토늄이 원자로 밖으로 나왔다면 액체 상태이기 때문에 낮은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땅에서 검출됐다 해도 표고가 낮은 해안 쪽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만약 플루토늄이 바다로 들어갔다면 차단이 어려워 한국 쪽으로 오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도쿄전력이 바다 쪽 방호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루토늄이 내는 알파선은 투과력이 약해 공기 중에서는 3㎝도 이동하기 어렵고 물도 통과 못한다. 납이나 얇은 종이로 차단 가능하고 손으로 만져도 별다른 위험은 없다. 또 플루토늄은 물보다 20배 무거워 바다로 들어가도 확산 속도가 느리다. 바닷물 양이 워낙 많으니 땅에 있을 때보다 훨씬 희석된다.
문제는 잘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전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은 원자량 238과 239가 대부분이다. 플루토늄_238은 약 88년, 239는 약 2만4,000년이 지나야 반으로 줄어든다. 미량이라고 해도 일단 바다로 흘러들면 계속 남아 전 세계 해양을 돌아다니면서 물고기의 몸에 쌓일 수 있다. 사람이 이 수산물을 먹으면 뼈나 폐에 달라붙어 조직을 파괴한다. 이 파괴력은 다른 방사성물질이 내는 방사선(감마선)보다 약 20배나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원전의 바다 쪽 방호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도 해수 속 플루토늄 검사를 해야 한다. 플루토늄 검사 방법은 제논 요오드 세슘과 달라 장비가 별도다. 플루토늄이 액체인 데다 다른 종류의 방사선인 알파선을 내기 때문이다. 윤주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생활환경방사능평가실장은 "플루토늄 검사는 현재 KINS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채취한 시료(바닷물)를 처리하는 과정이 요오드나 세슘보다 복잡해 측정 결과를 얻기까지 기간이 열흘이 넘게 걸린다. 요오드나 세슘은 하루면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플루토늄 검사에는 아직 미온적이다. 손재영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국장은 "해수에서 플루토늄을 검사할지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라며 "28일 시작한 해수와 해양생물 검사는 요오드와 세슘만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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