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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경쟁력 보고서] <5>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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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경쟁력 보고서] <5> 하나은행

입력
2011.03.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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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치 더 키워 도약" 외환銀 인수 승부수

최근까지 하나은행은 은행권 '빅4'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분위기였다. 당초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은행이 팽팽한 '4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하나은행이 규모의 열세 속에 갈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쟁 구도는 점차 '3강1중'으로 바뀌는 상황이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올인'한 것도 바로 이런 절박감이 깔려 있다.

하나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단번에 빅2 혹은 빅3로 발돋움해 리딩뱅크 자리를 노크할 전망. 한 시중은행 임원은 "하나와 외환이 결합할 경우 '국민+주택' '신한+조흥'을 능가하는 역대 은행 M&A사상 가장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렇게 되려면 부족한 2% 극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강점이다

하나은행은 가장 짧은 기간 안에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한 은행이다. 외환위기 이후 충청 보람 서울은행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순식간에 대형은행 반열에 올랐고, 이젠 하나 역사상 가장 큰 '딜'이 될 외환은행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부실했던 은행들을 인수했음에도 불구, 자산 건전성과 조직 효율성을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놀랄 만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부실은 절대로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킨다는 것이 오랜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체율, 부실채권비율 등 건전성 지표들은 시중은행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하나은행은 건설 등 부실위험이 높은 산업군에 대한 대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골칫거리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하나은행의 PF 부실액은 2,630억원으로 국민,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이나 외환보다도 적었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비중이 낮아 조직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강점. 다른 대형은행의 경우 합병 후 중복점포나 인원을 정리하지 않아 인건비가 늘어나고 효율성이 떨어진 경우가 많았던 반면, 하나은행은 충청, 보람, 서울은행을 차례로 M&A했는데도 인건비가 적은 편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로 이런 점이 하나은행을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은행으로 만들었다"고 평했다.

하나은행의 가장 탁월한 강점은 역시 안정적인 지배구조에서 나온다.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오랜 기간 흔들림이 없었던 탄탄한 지배구조와 강력한 리더십은 타 은행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지난 해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은행권 최장수 CEO가 된 김승유 지주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으로 이어지는 경영진 라인업은 지배구조의 중량감을 한층 더 하고 있다.

일각에선 김 회장에 대해 '장기집권' 'MB측근' 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의 결단력 높은 의사결정이 지금이 하나은행 성장을 이끌었고 그래서 김 회장 없는 하나은행은 이제 상상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단자회사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성장한 데에는 김 회장의 리더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어쨌든 김 회장의 존재는 시장에서 하나은행의 리스크가 아니라 프리미엄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평했다.

이것을 고쳐야 한다

하나은행에는 '후발주자의 약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역사가 짧다 보니 저(低)원가 급여 통장을 가진 충성도 높은 장기고객이 적고, 그러다 보니 자금조달비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순이자마진(NIM)이 다른 메이저 은행에 비해 낮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영업망 부족도 한계요소로 지적된다. 하나은행의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50개로, 1,000개가 훨씬 넘는 국민은행은 물론 우리, 신한에 비해서도 적다. 규모 보다는 효율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은행에서 영업점이 적다는 것은 기본적인 네트워크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뜻이 된다. 활동고객(30만원 이상 예금을 하거나 대출 실적이 있는 실제 거래고객)수도 시중은행 중에서 매우 적은 320만명에 불과하다.

물론 외환은행 인수가 매듭지어지면 이런 규모와 네트워크의 열세는 대부분 만회된다. 자산은 3위권으로 도약하고, 영업점도 '대형은행'의 필요조건처럼 되어 있는 1,000개에 달하게 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도 "외환은행 인수 시 태생적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나은행은 M&A로 성장한 회사여서 노하우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약점들이 더 문제다. 예컨대 ▦단기간 내 M&A로 성장하다 보니 조직정체성이 명확하지 않고 내부적 화학적 긴밀도가 떨어진다는 점 ▦사실여부를 떠나 일반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자만의 은행' '냉정한 은행'이란 이미지 등은 외환은행 인수여부와 관계없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은중 연구원은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장차 김승유 회장 이후의 후계구도도 시장에선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경쟁은행들은 이렇게 봅니다/"한 발 빠른 영업전략…브랜드 파워는 낮아"

경쟁은행들이 하나은행에 대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대목은 순발력 있는 시장대응. A은행 전략담당 관계자는 "타행보다 덩치가 작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하나은행은 시장 변화에 한발 앞서 발 빠르게 전략을 수립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고액자산가를 위한 PB비즈니스를 가장 제대로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스마트폰 바람이 불기가 무섭게 스마트폰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내놓은 것 역시 하나은행의 순발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타행보다 젊고 세련된 이미지도 강점으로 거론됐다. B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 부문에서 하나은행은 20~30대 젊은 층을 공략하는 전략 상품이 많다"며 "점포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아 다른 은행에 비해 확실히 세련된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하나대투증권 등 계열사와 유기적 협력체제도 차별화된 요소로 꼽혔다. C은행 임원은 "타 은행들은 지주소속 계열 금융사들과 협력하는 정도가 상품개발 수준에 한정되어 있지만 하나은행은 인력까지 교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가장 큰 단점으로는 경쟁은행에 비해 낮은 브랜드 파워를 들었다. 점포수가 경쟁은행의 60~70%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점포가 서울 수도권과 충청지역에 집중돼 있다 보니 일반 고객들의 인지도가 낮다는 것. D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하나은행의 경쟁력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은행 지점장은 "현장에서 하나은행의 영업 방식을 보면 '치고 빠지는'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단기 성과에는 확실히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도 결실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메인(main)시장에서도 정면승부보다는 틈새 시장에서 고객확보에 치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하나은행만의 조직문화가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약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F은행 관계자는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서울, 보람, 충청 등 여러 은행이 합쳐지다보니 하나은행만의 정체성 있는 문화를 아직은 못 만든 것 같다"며 "물리적 결합만 있을 뿐 직원간의 화학적 융화는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많다"고 꼬집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 안에선 이렇게 봅니다/ "온라인 채널 등 통해 고객 중심 경영 강화"

"고객 중심의 사고가 가장 큰 강점입니다. 이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조직부터 바꿨습니다."

김병호(사진) 하나은행 경영관리그룹 총괄 부행장은 하나의 경영은 모든 것이 고객 중심의 사고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 최초로 기업에 금융ㆍ경영 자문역할까지 수행하는 기업여신 전문가인 RM(Relationship Manager) 제도를 도입한 것, 프라이빗뱅킹(PB)도 가장 선도적으로 하는 것 모두 그 중심엔 '고객'이 있다는 것이다.

김 부행장은 "올 1월 영업추진그룹과 고객지원그룹으로 재편한 조직개편도 고객중심경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에는 소매금융그룹, 중소기업그룹,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 자영업자)그룹, 대기업그룹 등으로 나눠 각각을 주력으로 하는 영업점을 해당그룹의 하위에 두는 식으로 지점을 관리했는데, 이는 해당지점의 주된 고객이 아닌 고객의 요구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조직개편 후에는 모든 지점을 영업추진그룹 산하에 두어 관리하되, 소매, 중소기업, 소호, PB 등 분야별 영업에 대한 지원은 고객지원그룹으로부터 받게 됐다. 예를 들어 지역 내 중소기업이 많은 지점의 경우 전에는 중소기업그룹에 속해 관리를 받다 보니 중소기업 대상 영업에만 치중했으나, 조직개편 후에는 해당 지역에 소매고객의 수요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원하는 거액 자산가의 수요가 있을 경우 고객지원그룹의 도움을 받아 이에 적극 부응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영업점 수 등 고객과 접하는 채널이 부족하다는 약점은 온라인 등 비대면 채널을 늘리는 방법으로 보완 중이다. 이미 하나은행은 국내 최초로 아이폰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운영체제에 맞춘 스마트폰뱅킹 서비스를 남보다 한발 앞서 제공해 왔다. 덕분에 하나은행의 총 고객 수 대비 스마트폰뱅킹 사용자 수는 업계 1위다. 김 부행장은 "온라인에 심혈을 기울여 왔고, 앞으로도 독보적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면서 "(SK텔레콤과 합작으로 만든 국내 첫 모바일 신용카드인) 하나SK카드와 연계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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