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건설이 백지화하면 촛불시위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민란'이 날 겁니다."
신공항 입지평가 발표를 앞두고 경남 밀양을 지지하고 있는 대구ㆍ경북의 민심이 주말을 고비로 흉흉하게 바뀌고 있다. 24, 25일 부산 가덕도와 밀양에 대한 평가단의 현장실사를 통해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하던 대구ㆍ경북은 주말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백지화 가능성 소식에 분노하고 있다.
대구시의회 동남권신국제공항 밀양유치특별위원회 오철환(52) 위원장은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가 평가를 하기도 전에 정치권에서 먼저 '되니, 안되니'하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며 "이는 정치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과 같은 소리"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신공항은 이제 대통령도 개입해서는 안되는 문제"라며 "백지화 소문이 현실이 될 경우 한나라당은 대선과 총선에 큰 기대를 안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구의 한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신공항이 백지화한다면 희대의 사기극에 대한 '민란'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인천공항 이용에 따른 영남권의 추가 물류비가 연간 6,000억원, 2025년이면 11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며 "1989년 용역 때도 신공항의 필요성을 인정한 정부가 백지화에 대한 뒷감당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팽배해지고 있다. 경북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평가위원 중에 영남권 인사가 없어 역차별 우려가 높은 마당에 정치권이 입김을 불어넣고 있어 암담하다"고 푸념했다. 25일 밀양 현장실사장에서 박창호 평가위원장의 "신공항은 필요하다"는 발언에 크게 고무된 것과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이에 따라 부산이 차선책으로 주장한 '김해공항 확장론'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영남권신공항 밀양유치 4개 시ㆍ도민 결사추진위원회' 강주열(51) 위원장은 "신공항이 백지화하면 남은 카드는 김해공항 확장뿐인데 이는 부산이 희망하던 사항"이라며 "대구ㆍ경북이 영남권 전체의 공동발전을 위해 밀양으로 양보했는데 더 이상 어떻게 물러서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없어 번번히 대규모 투자가 무산되는 등 생존의 위협을 받는 영남권의 현실을 알아달라"며 "신공항 백지화는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대구ㆍ경북지역 기관ㆍ단체의 신공항 유치활동 관계자들은 27일 밤늦도록 정치권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대책회의와 첩보전을 치렀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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