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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행사에… 진학 설명회에… 교육현장, 아빠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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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행사에… 진학 설명회에… 교육현장, 아빠가 늘었다

입력
2011.03.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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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제 설명회. 고3 아들을 둔 아버지 류모(49ㆍ공무원)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미리 준비해온 노트에 학교 측 설명을 받아 적느라 바빴다. 자료집엔 밑줄이 가득했다.

류씨는 설명회에 참석한 이유를 묻자 "아이가 자기 적성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체육관을 가득 채운 학부모 중 중년 남성의 비율은 20% 안팎. 혼자서, 혹은 자녀와 함께 설명을 경청하는 아버지들의 눈빛은 어머니 못지 않았다.

서울 시내 모 중학교 과학교사인 신모씨는 24일 한 1학년 학생의 아버지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과학영재교육원 지원(志願)사항이 적힌 가정통신문을 보고 지원방법이나 일정 등 관련내용을 꼬치꼬치 캐물었던 것.

신씨는 "이런 류의 특별교육은 어머니들이 대부분 전화를 걸어온다"며 "교사생활 20년동안 이런 일로 아버지 전화를 받아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14일 화이트데이에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아이의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라'는 말을 해주십사 하는 부탁과 함께 센스 있는 선물(백설기)을 받고서 "달라진 세태(世態)를 느꼈다"고 했다.

성공적인 자녀교육의 필수조건 중 하나로 '아빠의 무관심'을 꼽는 게 무색해지는 일이 교육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 6,922명 중 아버지는 638명(9.2%). 올해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제 설명회 신청자도 7,639명 중 530명(6.9%)이 아버지였다. 서울 강남과 목동같이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아버지회'가 활성화한 초등학교들이 적지 않다.

공교육뿐만 아니라 사교육 현장에도 아버지들이 붐빈다. 18일 오후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서울 은평구의 한 영어학원을 찾은 아버지 김모(43ㆍ회사원)씨. 그는 "아이가 영어로 읽고 쓰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커리큘럼이나 교육방향을 가진 학원인지 판단하기 위해 직접 왔다"고 말했다. 이 학원 이모(38) 원장은 "과거에는 아빠들이 학원에 오면 '할 일 없는 사람'이라 여겼지만 최근에는 상담 건수가 꾸준히 늘어 일상이 됐다"며 "아빠들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버지들이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아부담과 만혼(晩婚)추세에 따라 외동과 늦둥이 자녀가 많은 인구학적 측면이나 맞벌이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교육현장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로 입학사정관제 설명회에 참석한 박성준(45ㆍ회사원)씨는 "맞벌이 시대에 엄마에게만 교육을 맡길 수는 없지 않느냐. 아이와도 더 돈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학부모재단 강소연 학부모지원본부장(교육심리학 박사)은 "젊은 아버지들은 자녀를 많이 낳지 않은데다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과거보다 자녀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아버지의 관심에 자녀들의 반응은 어떨까. "관심 가는 분야가 있으면 아버지가 지인들을 소개시켜 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고3 수험생 박모군) "엄마에 비해 사회생활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재수생 김모양) "학교에 자주 오시니 친구들이 자상하다고 부러워한다"(아버지회가 운영되는 서울 목운초등학교 3학년 김모군)는 등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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