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마트폰을 뜨겁게 달군 응용 소프트웨어(앱)가 있다. 바로 '오빠 믿지'다. 지난해 10월에 첫 선을 보인 야릇한 제목의 이 앱은 연인의 실시간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추적해 준다. 덕분에 각종 포털 검색 순위 1위에 올랐고,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용 온라인 장터에 올라온 지 사흘 만에 8만 건의 전송 횟수를 기록하며 앱스토어 1위가 됐다.
이 앱을 만든 주인공이 김정태(26ㆍ사진) 플라스크 대표다. 그는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재미로 만든 앱이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 성공의 이면에는 기쁨과 고통이 함께 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 앱을 사용한 부모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할 때 뿌듯했어요. 하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과 함께 '악마의 앱'이라는 비난도 들었고, 연인 사이에 앱 때문에 발생한 다툼도 해결해야 했죠."
단순 비난이 아니라 김 씨는 1월에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위치정보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용자 약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용자 동의만 구하고 약관 승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 법을 몰라 벌어진 일이었다. 그 바람에 '오빠 믿지'를 사흘 만에 중단하고 방통위 약관 승인을 받아 지난해 12월에 서비스를 재개했다. 현재 누적 전송건수는 150만 건에 이른다.
서비스를 중단한 동안 김 씨는 더 강력한 앱을 개발했다. 일명 '오빠 믿지2'다. 5월에 나오는 이 앱은 위치만 알려주는 1편에 비해 연인이 그 장소에 머문 시간도 알 수 있고 통금 시간 경보도 가능해 구속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통금 시간 경보는 연인이 12시까지 귀가하기로 했는데 다른 장소에 있다면 바로 경보가 울리며 어디에 얼마나 머물렀는 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족쇄 알람이다.
김 씨는 그만큼 이용자의 원성이 클 것으로 예상해 데이트 기능도 특별히 신경 썼다. 약속 시간 10분 전에 미리 알려주는 '약속 지킴이', 자주 가는 데이트 코스를 알려주는 '데이트 트래킹', 데이트 비용을 기록하는 '커플 가계부' 등이다.
김 씨는 고대 경영학과 4학년이던 2009년에 대학 게시판에 개발자 모집 공고를 냈고, 이를 보고 찾아온 5명과 지난해 2월에 회사를 차렸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동안 4억 원을 벌었다. 앱이 잘 나가며 광고가 붙은 덕분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 원이다. 오빠 믿지2 외에 사회관계형서비스(SNS) 게임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의 앱 개발 현실이 그를 우울하게 한다. "앱 개발사가 멸종 위기예요. 지난해 500개가 넘던 앱 개발업체가 지금은 70개 밖에 남지 않았어요."이유는 국내 개발 환경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관계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지원이 없으면 앱 개발자들이 자생할 수 없어요. 안정적으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외 IT업체와 제휴 주선 등 정부 지원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김 씨는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카카오톡처럼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앱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