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이 재소자한테서 돈을 빌렸다 해도 이자를 따로 지급하지 않았다면 그 이자 상당 금액 만큼은 뇌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구치소 교도관 허모(53)씨는 2009년 2월 수감자 정모(49)씨에게 "수용생활이나 접견 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고 2,000만원을 빌렸다. 앞서 돈을 빌렸던 다른 재소자한테서 변제 독촉을 받고 있었는데, 월급은 압류돼 있고 금융기관 대출금 연체 등으로 신규 대출도 받기 곤란한 처지였기 때문이다. 허씨는 정씨에게서 빌린 1,000만원으로 빚을 갚았고, 나머지 1,000만원은 다른 재소자의 내연녀 통장에 넣어뒀다가 아들 학자금 등에 썼다. 물론 차용증이 없는 거래였고, 별도의 이자 약정도 없었다.
1심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가 제공받은 편의가 접견시간 변경, 대기시간 단축 정도뿐이어서 2,000만원을 뇌물로 보기엔 그 액수가 너무 과하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검찰은 '2,000만원에 대한 법정이자'도 뇌물로 봐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허씨한테는 2,000만원 차용 기회 자체가 큰 이익이 됐다"며 허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43만여원을 선고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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