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의 후보자 공천 눈치 보기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보선을 한달 앞둔 27일 현재까지 집권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공천을 확정한 후보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를 두고 각 당의 지도부가 재보선 이후의 정치적 손익 계산에만 몰두하면서 정작 지역 대표를 뽑으려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의원 8명을 뽑은 지난해 7ㆍ28 재보선의 경우 선거일 30일 전까지 한나라당은 3곳에서 후보자를 확정했다. 의원 5명을 선출한 2009년 10ㆍ28 재보선 당시에도 한 달 전까지 한나라당은 4곳에서 후보자를 확정했고 민주당은 1곳의 후보자를 내정했었다. 이번 재보선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일부 지역에서 선거인단을 통한 경선을 진행 중이라고 해도 공천 작업 속도가 너무 더딘 편이다. 민주당은 경남 김해을에서 곽진업 후보를 결정했지만 '야권연대'를 대표할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양당은 "신중히 공천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여야가 늑장 공천을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번 재보선 결과가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 여부뿐 아니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체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 체제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당의 후보를 먼저 공천하기 보다 상대당의 공천 결과를 지켜본 뒤 '맞춤형 후보'를 내세워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보고, 눈치 작전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 성남 분당을의 경우 한나라당은 이미 정운찬 전 총리 영입 문제를 놓고 계파 싸움을 벌였다. 또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분당을 출마 여부 결정에 따라 한나라당 후보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당의 늑장 공천은 유권자에게 정당만 보고 찍으라는 '묻지마 투표'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각 정당의 공천이 빨리 이뤄져야 후보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구체적 공약도 파악함으로써 선택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한국외대 이정희 교수는 "여야는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적 구도만 고려한 채 거물급 인사 출마 여부를 놓고 계속 저울질하고 있어서 유권자의 선택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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