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의 주요 정당 여성 부통령 후보였던 제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이 26일(헌지시간) 향년 75세로 타계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페라로 전 의원은 혈액암으로 12년 동안 투병하다 이날 오전 10시께 보스턴의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페라로 전 의원은 1984년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 메이트로 출마해 여성 정치인의 새 지평을 연 인물. 당시 뉴욕의 3선 하원의원이었던 그는 널리 알려진 정치인이 아니었으나 불리했던 선거 판세를 바꾸려는 먼데일 후보에 의해 부통령 후보로 전격 지명되면서 전국적 지명도를 얻었다. 대선운동 기간 페라로 전 의원은 먼데일 후보를 능가하는 인기와 화제를 몰고 다녔다. 선거에서는 참패했지만 직후 패배승복 연설에서 "나의 (부통령) 후보 출마는 차별이 오래 가지 못할 것임을 나타낸다. 미국 여성들은 결코 다시는 이등시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1992년과 1998년에는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경선에 나섰다 떨어졌고 1996~1997년 CNN 방송의 '크로스파이어'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으며, 1998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았다.
페라로의 타계 소식에 미 정계 주요인사들은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제럴딘은 여성들과 각계 각층 미국인들의 장벽을 깬 선구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 역사상 여성으로서 최고위직에 오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페라로는 의회의 우리 모두에게 자부심의 원천이었다"며 "페라로는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며 역사를 만들었고 미국 모든 여성들에게 스스로의 위대함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1984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선거 때는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페라로와는 궁극적으로 친구가 됐다"면서 "제리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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