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이름없고 하찮은 것들, 남들이 쉽게 귀 기울이지 않는 것, 모통이에 있는 것에 항상 관심이 있었어요."
낡은 선풍기, 외국 잡지, 달력, 여행안내서, 카세트테이프, 항아리…. 어린 시절 쓰던 물건을 쉬이 버리지 못하고 모아 뒀던 습성을 수집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외로움을 잘 타는 소년에겐 그 하찮은 물건들은 대화 상대이자 외로움의 등가물이었을지 모르겠다.
'백자' 사진 연작 등으로 잘 알려진 중견 사진작가 구본창(59ㆍ사진) 경일대 교수가 5년 만에 여는 개인전은 개인 구본창의 삶을 통해 그의 작업세계를 재조명한다.
24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전시회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됐는데 첫 섹션은 구씨가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소소한 수집품들이 선보인다. 피사체에 대한 작가의 탐색이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통로다. 이곳 저곳 여행하면서 모은 물건들 중 별 특징 없어 보이는 것도 많은데 빈 유리병, 프레임만 남은 액자 등은 여백에 대한 그의 관심을 보여 준다.
두 번째 섹션에선 1980년대 독일 유학 시절 찍은 사진과 귀국 후인 88올림픽 전후 한국의 모습을 찍은 사진 작품들이 선보인다. 마지막 섹션엔 다른 사람들의 개인 수집품을 찍은 사진 작품이 마련돼 있다. 다음달 30일까지. (02)733_8449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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