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순재씨가 '쪽대본'이 만연한 국내 드라마계의 현실에 쓴소리를 했다.
이씨는 지난 25일 오후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 종방연에서 "욕망의 불꽃은 일주일 전에 대본이 나와서 여유가 있었지만 '마이 프린세스'는 '회치기 대본'이었다"며 "이번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27일 종영을 한 욕망의 불꽃에서 며느리 윤나영(신은경)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서양 그룹 회장 김태진을 연기했고 지난달 말 종영한 MBC 수목극 마이 프린세스에서는 대한그룹 박동재 회장 역을 맡아 손자로 나오는 송승헌과 호흡을 맞췄다. 마이 프린세스는 거의 생방송을 방불하는 일정으로 촬영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얼마 전에는 한 방송사 드라마에서는 방송사고까지 났다"며 "어느 나라가 이렇게 드라마를 만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배우들이 드라마를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돈이나 받아보자고 회당 출연료가 2,000만원까지 간다"며 고액 출연료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했다.
연예계 대선배로서 그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선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배우와 스태프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방송국에 (이런 상황의) 책임이 있어요. 외주제작을 의뢰할 때 적어도 열흘 전에 대본을 넘겨 검사할 시간을 달라는 계약을 해야 합니다. 드라마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외주제작사가 어떻게 만드는지 방송사도 모른 채 방송이 나갈 때도 있어요."
이씨는 "이제 드라마는 우리만 보는 콘텐츠가 아니다. 전략 영상산업"이라며 "방송 제작의 가치관이 새롭게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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