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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노벨상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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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노벨상을 기다리며

입력
2011.03.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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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북부 지진참사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생활필수품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주유소 앞에 늘어선 끝없는 차량의 행렬, 또 구호소에 나누어진 도시락을 먹고 나서 스스로 분리수거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성숙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출근길에 늘어선 차량 행렬 중간중간에 새치기하며 끼어 들어오는 차들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 무엇이든지 쉽게 얻으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우리사회의 모습과 비교하게 된다.

일본은 지금까지 2명이 문학상을, 15명이 물리 화학 의학상을 수상하는 등 모두 18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래서 매년 10월이 되면 언제 어떻게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문학계, 과학기술계 그리고 언론의 화두가 된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유가와 히데키 박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소위 지방대학을 나와 1920년대 당시 일본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양자역학을 친구인 토모나가 신이치로 박사와 함께 공부하고 20년 이상 파고들어 마침내 1949년 '중간자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토모나가 신이치로 역시 1965년 '양자전기역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기본을 중요시하고 설사 주류에서 벗어난 연구라 하더라도 배척하지 않고 지원하며 기다려주는 일본 과학계의 풍토도 그들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도록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연과학분야에서 일본 만큼 노벨상을 배출한 나라는 구 소련과 네덜란드가 있다. 네덜란드는 인구가 우리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나라다. 노벨상을 받을 잠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의 수가 통계학의 정규분포 법칙을 따른다면 한국에는 적어도 네덜란드보다 3배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자연과학이나 문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을 보면 우리고유의 사회적 조건들이 족쇄가 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강의시간에 학생들과의 토론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그의 강의를 동영상을 통해 보면 아무리 소수의 의견이라도 학생을 격려해 가면서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그가 강의 중에 던지는 화두는 정답이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토론을 통해서 부분적인 답이라도 만들 수 있는 법을, 그리고 아무리 소수의 의견이라도 존중하는 법을 미래의 지도자가 될 학생들이 익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강의를 보면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사회의 원초적 모습과 비교하게 된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종합인 대학입시는 정답이 있는 문제를 얼마나 빨리 실수 없이 풀 수 있나 하는 것이 관건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남과 다른 해답을 궁리하려는 학생들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제도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관점을 부채질하는 사교육에 학부모들이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 부을 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사실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나?"는 어리석은 질문이다. 노벨상이란 상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오랜 기간을 과학자가 또는 작가가 어떤 주제에 집중하고 이해를 심화해 가는 과정과 그 과정을 참아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르다고 배척하지 말고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리면서 기본을 다지고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는 과정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바뀐다면 그 만큼 노벨상도 우리 앞에 가까이 다가 올 수 있을 것 같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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