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위세가 크게 약화된다'는 3월에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하고 의심 신고도 줄어들지 않아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며 잦아들고 있는 구제역과는 대조적이다.
2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경북 영천 양계농장에서 22일과 25일 연거푸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12월29일 충남 천안의 오리농장에서 첫 발생한 이후 100번째 신고이다. 22일 의심신고는 이달 6일 경기 용인의 AI에 이어 16일만에 양성으로 판명됐으며, 25일 신고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이후 27일 현재까지 AI는 6개 시도, 24개 시군, 51곳에서 발생했으며 닭ㆍ오리 등 269개 농가에서 모두 627만308마리가 살처분됐다.
AI 바이러스에 희생되는 닭과 오리가 여전히 발생하는 이유는 방역의 어려움에서 찾을 수 있다. 주로 사람이 옮기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달리 AI 바이러스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오가는 철새가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공기 전염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구제역은 ▦소ㆍ돼지의 이동 금지 ▦가축 사육자에 대한 철저한 소독 등 육상에 대한 평면적 차단으로도 방역이 이뤄지지만, 철새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사육하는 가금류와 철새의 직접 접촉을 막기 위해 그물망을 치는 경우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사에 공기는 통하되 새가 외부에서 들어가지 못하도록 축사 출입구와 주변에 그물망을 설치하도록 농가에 권고하고, 건조하기 위해 마당에 내놓는 사료도 철새를 유혹할 수 있으니 자제해달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법만으로는 접촉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동에 제한을 받지 않는 철새가 우리나라 이곳 저곳에 남겨 둔 배설물이 사람과 차량을 통해 가금류에 전염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2일 경북 영천에서 발생한 AI의 감염 경로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시베리아 등 북방에서 사는 가창오리와 청둥오리 등은 낙동강 및 인근 하천에 머물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4월 중순에는 돌아가는데, 철새의 분변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가 차량이나 신발 등을 통해 인근 농가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사람과 차량, 혹은 들짐승 등에 의해 바이러스가 얼마든지 농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철새들이 모두 이동했더라도 농가들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철저하게 차단방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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