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서진(西進)하던 리비아 반카다피 시민군이 중부도시 시르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번에도 연합군 공습에 이어 시민군이 진격하는 합동작전이 벌어졌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고향인 시르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AFP통신은 28일 카다피 정부군의 반격으로 파죽지세로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향하던 시민군의 진격이 잠시 멈췄다고 보도했다. 앞서 시민군 지휘부는 이날 새벽 시르테를 점령했다고 발표, 시민군의 거점인 벵가지에서는 축포가 쏘아 올려지는 모습도 연출됐다. 시민군 대변인 샴시딘 압둘몰라흐는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 세력이 시르테를 장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르테에 있는 로이터 취재진은 정부군의 폭격이 이뤄지고 있고 시민군이 도시를 장악하지 못했다며 시민군 발표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전날까지 아즈다비야부터 빈 자와드까지 약 440㎞를 진격하며 대부분의 도시들에 무혈입성한 시민군은 다시 퇴각, 시르테 동쪽으로 약 60㎞ 떨어진 하라와 지역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르테는 카다피의 고향이라는 상징성과 트리폴리로 향하는 길목이라는 지리적 중요성까지 더해진 탓에 카다피 정부군의 반격이 거셌다. 앞서 27일 오후와 28일 새벽 각각 2발과 9발의 강력한 폭발음이 들리면서 카다피 정부군이 서쪽으로 밀려났다는 소식도 전해졌으나, 정부군은 이내 다시 나타나 시민군을 공격했다. 정부군은 도로에서 픽업트럭에 탑재된 중기관총을 발사하며 시민군에 반격을 가했고, 시민군 최소 2명이 사망하고 차량 7~8대가 파괴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빈 자와드에서 시민군을 이끌고 있는 함디 하시 장군은 AP에 "저항이 거세 시르테를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르테 서쪽으로 160㎞ 떨어진 미스라타에서도 이날 정부군의 공격으로 시민군 9명이 사망하는 등 정부군의 공세가 계속됐다. 특히 아즈다비야, 브레가 등으로부터 전술적으로 퇴각한 카다피 정부군이 시르테와 미스라타에 집결,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재의 전세는 시르테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카다피 측이, 동쪽으로는 시민군 측이 리비아를 양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공군력을 잃은 카다피 정부군을 향한 연합군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어, 시민군의 시르테 함락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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