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연합군의 군사개입으로 반카다피 시민군이 빠른 속도로 주요 거점을 탈환했지만 수주 째 고립을 면치 못하는 지역이 있다.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리비아 제3의 도시 미스라타가 그곳이다. 카다피 군이 탱크와 대포로 연일 포격을 가하고, 저격수들이 민간인 살상을 서슴지 않자 시민군은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6일(현지시간) 물, 전기 공급이 끊겨 당장 의식주 해결도 불가능하지만, 저격될까 두려워 탈출은 꿈도 못꾸는 미스라타 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전했다. 29세의 가정주부는 "미스라타에선 인간성이 완전히 말살돼 살아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주부는 "연합군의 공습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발 우리에게 무기를 달라"고 절규했다. 피의 축제를 멈추려면 조악한 소총 몇 자루 대신, 카다피군의 중화기에 맞설 만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군에서도 무기 지원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리비아 개입을 승인한 유엔 결의도 무기 지원을 허용할 정도의 '유연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주례 연설을 통해 "미국은 지구상 모든 위기에 개입할 수도, 개입해서도 안 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의 작전 지휘권 이양과 지상군 투입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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