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새 수장으로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의석(54) 감독이 29일 선임됐다. 영화계는 "무난한 선택"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999년 영진위 출범이래 현장 영화인 출신 첫 위원장이라는 점도 기대를 키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선임 배경에 대해 "영화계 갈등 조정, 영화산업 공정 환경 조성, 조직 혁신 등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영화계 소통과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영화계 활로를 찾는데도 앞장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신임 위원장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결혼이야기'(1992) '북경반점'(1999) 등을 연출했다. 임기는 30일부터 2014년 3월까지다.
강한섭 서울예술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2008년 출범한 4기 영진위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강 위원장은 "얼치기 좌파 영화인"이라는 색깔론 발언으로 영화계 편가르기에 앞장선다는 반발을 불렀고,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2009년 해임됐다. 뒤를 이어 위원장이 된 조희문 인하대 교수도 정치성 강한 행보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인력 양성기관인 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사업자 선정을 놓고 공정성 시비에 휩싸였고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 개입을 이유로 해임됐다.
김 신임 위원장 선정 과정도 진통이 컸다. 당초 위원장 선임은 공모를 거쳐 이달 초 이뤄질 예정이었다. 대학교수 A씨와 투자배급사 대표 출신 B씨가 막판까지 경합했으나 영진위가 다시 정치 바람을 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문화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일했으면 싶은 사람은 (공모에) 빠지고,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사람은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고충을 드러냈다. 김 신임 위원장은 영진위 산하 영화아카데미 교수 출신으로 영진위 조직을 잘 알고 있고, 오랜 현장 경험으로 실무에 밝은 점, 직무대행으로 조직을 무리 없이 이끌어 온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계는 환영일색이다. 영진위 위원을 지낸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오랜 실무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안목으로 실용적인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영화인은 "정치색이 딱히 없는데다 영화인들과 두루 관계가 좋아 진흥 사업을 무난히 추진할 것"이라고 평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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