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에서 떠오른 방사성 물질이 북극권을 통해 보름 만에 한반도로 유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도 사뭇 심각해졌다. 채소와 생선의 소비 감소 움직임에 갖은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
하지만 "과민 반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로 인체 영향 유무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전문가 5인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종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비상 상황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편서풍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전국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관측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우리가 비행기를 타면서, 또 고지대에서 생활하면서 쬐는 방사선(우주) 양과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공포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서 온다.
▦손동성 울산과기대 원자력공학트랙 교수
효능이 좋다는 세계의 온천 상당수는 라돈 온천이다. 라돈은 방사선을 발산하는 방사성동위원소다. 돈을 주고 방사선을 쬔다는 얘기다. 이용해 본 사람들은 피부가 좋아지고 관절통이 개선됐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미량의 방사선은 세포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도 있다. 국제기구에서 최고 한도만 정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이 반영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추가 대형 폭발만 없다면 한반도로 직접 바람이 불어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 것이다. 담배연기처럼 대기 중에서는 3차원으로 확산하는 만큼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김광표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1년간 자연상태에서 노출되는 방사성 물질 양이 3mSv 정도인데, 전세계 평균으로는 2.4mSv 수준이다.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을 계산해보니 자연상태에서 노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몇 만분의 1 수준이다. 국민들 시각에서 염려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도하게 어두운 분위기로 가는 경향이 있다. 일본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출이 더 악화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유의해야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
▦이준택 건국대 물리학부 교수
일각에서 일고 있는 불안은 사실 과장됐다. 정부가 정확히 관측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 설명을 한다면 이 같은 분위기는 가라앉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괜찮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찰과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준다면 '방사능 비상'이라고 하는 게 얼마나 많은 거품이 껴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김숭평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현재 검출된 방사능 물질 양으로는 전혀 걱정할 수준이 안 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일본이 빨리 안정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심 용융으로 인해 원자로 용기가 깨졌다거나 손상이 생겼다면 외부로 계속 방사능 물질이 새어 나올 것이다. 이를 막아야 방사능 물질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 방사성물질과 단위
▦요오드(I_131)
핵분열반응으로 생기는 휘발성 기체. 인체에 들어오면 갑상선에 모여 방사선을 낸다. 암 치료에도 쓰이지만 고농도에 피폭되면 암이나 결절을 일으킬 수 있다. 반감기 약 8일
▦제논(Xe)
핵분열반응으로 생기는 비활성 기체.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지 못해 체내에 들어가도 그대로 배출된다. 북한 핵실험 때 한반도로 넘어오기도 했다. 방사능을 띤 인공 동위원소가 40여종이나 된다. 반감기 약 9시간
▦세슘(Cs)
핵분열반응으로 생기는 휘발성 기체. 고농도에 피폭되면 위 장 피하지방 근육의 유전자가 손상된다. 중국에서 오는 황사에 섞여 국내로 들어오기도 한다.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다량 누출됐다. 반감기 약 30년
▦베크렐(Bq)
방사성물질의 원자핵이 분열하면서 내는 에너지(방사선의 세기ㆍ방사능)의 단위. 대기 물 식품 속에 방사능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표현할 때 쓴다
▦시버트(Sv)
방사선이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생물학적 유효선량)의 단위. 인체가 방사성물질에 노출됐을 때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표현할 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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