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에 가지 않겠다.’ 제10회 통영국제음악제(TIMF) 개막의 문을 열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의 급작스런 통보였다. 이유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에 따른 방사능 피폭의 공포였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오스트리아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폭발의 후유증을 아직도 겪고 있다. TIMF가 과연 위기를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결과는 ‘브라보’였다. 급하게 개막무대가 만들어졌다. 더 급하게 출연진이 섭외되었다. 매끄럽지 못한 진행 등 무대 위의 실수가 잦았다. 독일 가곡과 현대음악 사이의 경계를 허문 소프라노 서예리의 열창. 작곡가 진은숙의 천재성. 그리고 아 나윤선!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 함께 보여준 그는 환상적이고 폭발적인 재즈로 통영국제음악제란 꺼질 뻔 한 별을 점등시켜 순식간에 가장 빛나는 별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들의 열연보다 더 위대한 것은 꽉 채운 ‘객석’이었다. 모차르테움 개막공연의 취소에도 단 한 장의 입장권도 반납하지 않았던 관객의 약속, 공연개막이 30분 이상 지체되었지만 단 한 사람도 항의하지 않았던 높은 수준, 결국 개막 공연의 주인공은 통영문화예술회관의 객석이었다. 통영을 사랑하는, 통영국제음악제에 고마워하는, 윤이상 선생을 존경하고 추모하는 위대한 객석이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었다. 약속한 손님은 한국에 오지 않았지만.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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