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향기 그윽한 전시실에 들어서면 살짝 움켜쥐었다가 놓은 헝클어진 천 조각 같은 형태의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면 표면이 부드럽고 매끄럽지만 가까이서 보면 자작나무 합판 수십여 장이 한 치의 틈도 없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중진 여성작가 차종례씨가 나무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추상조각 30여점을 5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선보인다. ‘무한으로 돌아가다’고 붙인 제목처럼 작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기보다는 관객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우주 영원 등 관념적 세계로 들어가게 하고자 한다.
작품들은 이런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한다. 주된 재료는 나무다. 나무는 깎이고 밀리고 조여지고 두드려져서 다양한 뿔 모양과 원, 탑 등의 형태로 재탄생됐다. 작품들은 외계행성, 버섯더미, 여드름, 숲, 뜯어진 옷, 가시덤불 같다. 작품 ‘새벽_강’은 표면이 우둘투둘한 나무들이 하나씩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룬 느낌을 준다. 둥근 버섯들이 피어난 것처럼 보이는 ‘드러내기와 드러나기(Expose exposed)’ 시리즈 중 한 작품은 멀리서 보면 마치 달팽이 같다.
착시효과마저 주는 이 작품들은 표면에서 보여지듯 무수히 많은 두드림과 쪼아냄의 결과물이다. 그의 작업은 반복과 증식, 생성과 소멸을 끊임없이 거듭한다. 마치 나무에 상처를 입히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막상 작가는 그 과정을 통해 나무에 이야기를 건네고 마음을 전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차씨는 “내가 나무를 두드리고, 나무는 그 두드림에 떨리고 그 과정을 통해 정을 나누며 친근해진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삼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등을 주로 사용했다.
작가는 “생각의 여지가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루하지 않고, 관객에게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02)737_7650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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