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을 앞세운 홈플러스의 공격적 홍보가 논란에 휩싸였다. 생닭 판매 홍보문구를 두고 롯데마트와 신경전이 가열되는가 하면 미끼상품ㆍ허위광고에 대한 비판까지 나온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25일 "홈플러스가 우리의 고유 브랜드나 다름없는 '통큰 치킨'을 별다른 양해도 구하지 않고 자사 판촉에 이용하는 건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홈플러스가 전날부터 1,000원짜리 생닭을 팔면서'통큰 치킨보다 착한 치킨'이라는 광고문구를 내건 것을 겨냥한 얘기다. 롯데마트측은 전날 홈플러스측에 구두항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관계자는 "그간 우리가 장시간 개발한 상품을 모방해 내놓곤 하던 롯데마트가 갑자기 상도의 운운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비교 판매를 계속하되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측의 대립은 사실 최근 몇 년간의 업계 내부 상황 변화와 관련이 있다. 1위를 넘보던 홈플러스가 잠시 주춤한 사이 업계 3위인 롯데마트가 무섭게 치고 올라온 것. 실제로 홈플러스의 매출 증가율은 2009년 26.9%에서 지난해 10.1%로 낮아진 반면 롯데마트는 6.5%에서 20.4%로 급증했다. 지난해 GS마트 인수전에서 롯데마트에 고배를 마신 결과라는 점에서 홈플러스로서는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기업형슈퍼마켓(SSM) 논란과 관련해서도 홈플러스는 일종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비판이 집중되는 동안 롯데슈퍼는 2008년 110개였던 점포를 지난해 300개까지 늘리면서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라선 것. 한 경쟁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 입장에서 보면 롯데가 얼마나 얄밉겠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뒤늦게 전략을 수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초부터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각각 '가격혁명'과 '상품혁명'을 모토로 '10원 전쟁'까지 벌이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착한 가격'을 앞세워 공격적 홍보에 나섰다는 것.
하지만 홈플러스는 곧바로 악재에 직면했다. 1,000원짜리 생닭의 조기 매진으로 '미끼상품'이란 비난이 쏟아졌고, 29만원대 '착한 LED 모니터'는 거짓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중소업체에 위탁 생산한 PB(자사브랜드) 사탕에선 철사까지 발견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해온 홈플러스가 본격적으로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셈"이라며 "소비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진짜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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