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겨냥한 유엔 연합군의 공습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다. 연 이은 폭격으로 리비아 정부군의 대공 방어망을 와해시켰다고 판단한 연합군은 카다피 부대를 직접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연합군은 군사작전 개시 1주일째인 25일 새벽(현지시간) 공습에서도 카다피 측 주요 거점의 고립 작전을 이어갔다. 공습 초기 카다피 은거지인 바브 알 아지지야를 조준 폭격한 데서 나아가 군사시설과 통신망을 파괴함으로써 정부군의 명령 체계와 보급로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AFP통신은 "수도 트리폴리와 인근 타주라와 아즈다비야에서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나고 있으며 대공포 소리도 들렸다"며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와 남부 세브하 군사기지도 연합군 전투기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리비아 국영TV는 "트리폴리와 타주라에 있는 군사지역이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대변인은 "연합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으나 연합군은 이를 부인했다.
동부의 교통 요충지 아즈다비야에서는 반카다피 시민군이 전세를 역전시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시민군 군사위원회 대변인 아흐메드 오마르 바니는 "아즈다비야의 카다피군 일부가 항복의사를 전해왔다"며 "이들과 본부 사이의 교신이 끊겼다는 확신이 들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즈다비야는 리비아 동ㆍ서부를 연결하는 교두보라는 점에서 이 도시가 시민군의 수중에 떨어진다면 내전 향방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CNN은 "카다피군이 도시로 통하는 북ㆍ서부 관문을 통제한 채 탱크와 대포 등을 동원한 폭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군에 제공권을 내준 카다피 측은 이제 미스라타와 진탄 등 서부 도시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카다피가 사실상 동부를 포기하고 동서분할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스라타를 에워싼 카다피군은 물, 전기 공급까지 끊고 연일 시민군과 치열한 교전 중이다.
"미스라타 전 지역을 완전히 장악했다"(정부 대변인), "지붕 위에 숨어있는 정부군 측 저격병 30명을 사살했다"(시민군 대변인) 등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미스라타를 둘러싼 공방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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