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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우선주 발행 무산… 경영권 분쟁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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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우선주 발행 무산… 경영권 분쟁 전조

입력
2011.03.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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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범현대가 사이에 또 다시 경영권 분쟁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그룹이 우호세력 추가 확보를 위해 추진한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시도가 현대중공업의 저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25일 현대그룹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 한도를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확대하기 위한 '정관 7조 2항 변경안'을 상정했지만,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현대가의 반대로 부결됐다.

현대중공업은 주총 전부터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 대해 주주가치 하락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고, KCC와 현대산업개발 등도 주총에 참석해 반대 의사를 던졌다. 결과는 찬성 64.95%, 기권ㆍ무효ㆍ반대 35.50%. 주총 참석 의결 주식의 3분의 2인 66.67%의 찬성을 얻어야 정관이 변경되는데, 현대그룹으로서는 불과 1.71%포인트가 모자라 고배를 마신 셈이다. 현대차 그룹의 새 식구가 된 뒤 이번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지 여부가 주목됐던 현대건설은 참석하지 않았고, 현대해상화재보험은 기권했다.

이제 관심은 현대그룹과 범 현대가가 또 다시 경영권 다툼을 벌일지 여부에 쏠린다.

현대그룹은 주력사인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인데,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우호 지분은 모두 42.20% 정도이고, 범 현대가 지분은 대략 38.80%로 파악되고 있다. 양 측간 큰 차이가 없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까지 합하면 23.78%나 확보한 상태이다.

재계는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 한도를 늘리려는 것은 투자 실탄을 마련하려는 목적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의 지분 비율을 낮추고 우호 지분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봤다.

범 현대가로서는 그 동안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은 잠정적으로 인정하지만, 경영권을 더 강화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 했고, 이 날 실력 행사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그 동안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범현대가는 겉으로는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겠다"면서도, 현 회장의 영향력 확대 시도는 보고만 있지 않았다. 실제로 범 현대가는 2007년 주총에서도 현대상선의 전환사채(BC)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주 이외의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려고 하자 31%가 넘는 의결권을 확보해 무산시켰다. 그 전에 현대그룹은 2003년 KCC, 2006년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을 치르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에는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선지분 7.7%를 갖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현대차그룹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현대그룹과 현대상선은 이날 우선주 발행 확대 시도가 무산된 뒤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장악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지난해 말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더 이상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했지만, 이번 주총에서의 모습을 보면, 역시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성토했다. 현대상선 관계자 역시 "우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법에서 이를 금지시켰을 것"이라며 "2006년 상환우선주 발행 때는 한 마디도 안하고 참여했으면서 지금 와서 문제 삼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 대리인은 "현재 현대상선의 보통주 발행 한도가 시가로 약 3조원 규모(1억2,000만 주)로 충분한데도 (현대그룹측이) 우선주 한도를 늘리겠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이날 현대상선 주식의 추가 매수를 통해 범 현대가의 제동에 맞불을 놓았다.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주식 130만4,347주(0.9%)를 추가 매수, 총 보유 주식을 3,466만4,515주(22.62%)로 늘릴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28일부터 9월 27일까지 420억 원 한도로 주식을 늘릴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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