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상하이 스캔들'이 국가기밀 수집ㆍ획득을 노린 스파이 사건이 아니라 단순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마무리됐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어제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에서 "현지 공관 근무자들의 잘못된 복무자세로 발생한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신분이 불확실한 중국 여성을 업무협조 명목의 비공식 채널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료가 유출됐고 이 여성과 몇몇 영사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유출된 7종 19건의 자료가 사법조치가 필요한 국가기밀에 해당되지 않아 검찰수사를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인 중국 여성을 직접 조사하지 못한 데다 자료 유출 경로, 비자 발급 편의 금품수수 여부, 제보자료 조작설 등 주요 의혹 대부분이 규명되지 않아 부실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ㆍ중관계의 부담이나 정치적 고려로 적당히 봉합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스파이 사건이 아니라 해서 사건의 심각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사들의 불륜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본부 직원이 출장 갔을 때 룸살롱 출입 등 과대한 접대, 현지 상사 주재원 등으로부터의 골프 접대와 향응 수수, 보안관리 미비 등 숱한 문제가 드러났다.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직자들이 이렇게까지 타락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총리실은 김정기 당시 총영사 등 관련자 10여명에 대한 징계와 해외공관 문제점의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을 해당 부처에 요구했다.
외교통상부는 문책과 별도로 재외공관 평가 전담대사 신설 등 재외공관 복무기강 확립 대책과 함께 공관장 자격 심사위원회에 민간 전문가 참여 등 공관장 및 재외공관원 선발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능력과 자질에 상관없이 대선 캠프 공신을 총영사로 임명한 보은 인사와 타 부서 파견 주재관에 대한 부실 관리가 사건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다. 거듭된 대형 사건마다 환골탈태를 약속하고도 변하지 못한 외교부이지만, 더 이상은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