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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스마트폰도 셧다운하라

입력
2011.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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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린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8,000번의 살인과 10만 번의 폭력 장면을 목격한다.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물을 통해서다. 뉴욕주립 정신의학연구소가 어린이 707명을 장기간 추적 조사했더니, 하루 3시간 이상 영상물을 시청했던 어린이들이 10대 후반~20대 전반기에 범죄를 저지른 비율이 1시간 미만 시청 어린이보다 4배 이상 높았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2001~2002년 청소년 1,79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해봤다. 한 쪽에는 와 같이 성적(性的)인 소재를 다룬 영상물을 1년 동안 보여주고, 다른 그룹은 건전한 프로그램만 시청하게 했다. 선정적인 내용의 영상물에 1년 동안 노출된 10대들은 다양한 유형의 성적 경험을 한 비율이 1년 새 18%에서 36%로 두 배나 급증한 반면, 다른 그룹은 그 비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뇌가 짐승인 아이들 만드는 게임

영상물의 중독성과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영상물 중에서도 폭력성, 선정성이 가장 심한 게 게임이다. 더구나 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인간의 놀이본성과 경쟁심, 사이버 머니 등 보상 심리를 교묘히 결합해 한 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 "하루라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워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 게임을 하게 돼요." 어린이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이다.

게임 중독은 아이들의 인격을 파괴하고 공격성을 유발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한다. 우울증과 주의력 결핍 등 심각한 정신장애도 초래한다. "게임 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는 짐승인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게임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친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이유다. 밤 늦도록 게임에 몰입해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학습장애를 보이는 건 당연하다. 200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은 93만8,000명에 달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는 도구는 대개 컴퓨터(PC)와 휴대폰이다. 특히 휴대폰은 PC에 비해 부모들이 감시하기가 쉽지 않고 중독에 빠질 위험성도 훨씬 크다. TV와 컴퓨터, 게임기를 합쳐 놓은 것처럼 기능이 다양해 중독 현상도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더욱 부추길 위험이 크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아이폰이 첫 선을 보인 지 1년4개월여 만인 23일 1,000만명을 돌파했다. 연말이면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은 인터넷과 게임을 무한정 즐길 수 있는 휴대폰이다. 사행성 게임과 음란물 앱도 넘쳐난다. 스마트폰 수요가 늘면서 성인에게도 테크놀로지 중독 증세가 만연하는데, 아이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Shut-down)제'를 놓고 학부모와 게임업체 간 논란이 뜨겁다. 고등학생 연령까지 규제하자는 학부모 단체의 주장은 게임산업 활성화 요구에 밀려 중학생으로 후퇴한 상태다. 이제 논란의 초점은 규제 대상으로 옮겨왔다. 게임 중독을 막으려면 스마트폰 등 휴대폰도 규제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주장과 온라인 PC 게임에 한정해야 한다는 업계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산업논리로만 보는 건 큰 잘못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6,497억원 매출에 2,4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게임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산업논리로만 접근해서 안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게임은 사행산업이고 중독산업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 묻고 싶다. 주류와 담배업계의 경쟁력을 위해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허용해도 되나. 돈을 위해 뇌가 짐승인 아이들을 계속 만들어내도 괜찮나.

엔씨소프트가 당장 해야 할 일은 프로야구단을 만드는 게 아니라,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해 전문병원과 상담센터를 세우는 일이다. 그게 게임을 통해 고수익을 얻는 기업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자 의무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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