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후/프레드 리친 지음ㆍ임영균 옮김/눈빛 발행ㆍ222쪽ㆍ1만5,000원
코를 대 보면 정착액 냄새가 남아 있는 인화지에 프린트된 사진을 접하기가 힘들어졌다. 대신 모니터 앞에 앉아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고 교환이미지파일형식(EXIF)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 사진 감상 모습이 됐다. 0과 1의 기계어로 환원되는 이런 변화에 대해 적잖은 사진 교양서는 체념 어린 말투로 기술한다. 반면 이 책은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차원의 예술로서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누바 알렉사니언이 찍은 미국 메사추세츠 글로스터의 풍경(사진)은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지만 커서를 모니터 속의 풍경에 갖다 대면 거기서 힘겹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현실로 뒤바뀐다. 저자는 인터넷을 통한 사진의 소비, 소프트웨어를 통한 이미지 변환,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더욱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지각의 왜곡과 역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을 쓴 발터 벤야민의 이론부터 앤젤 애덤스 등 현대 사진가의 작품, 그리고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스냅 사진까지 동원해 사진의 과거와 새롭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어떤 선택을 하든 새로운 매체는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다. 그것이 매체의 역할이고, 우리가 알든 모르든 우리 또한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기술복제시대의>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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