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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日 대지진 후 지구 대재앙설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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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日 대지진 후 지구 대재앙설 만발

입력
2011.03.2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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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문이 징조? 달은 가던 길 갈 뿐인데…

20일 새벽 슈퍼문(super moon)이 떴다. 이름 참 그럴 듯하다. 사실 별것 아닌데 말이다. 그냥 큰 달이다. 아니, 달 크기는 그대로니까 엄밀히 말하면 커 보이는 달이다. 이 달을 놓고 말들이 많다. 슈퍼문이 일본 도호쿠(東北)대지진을 일으켰고, 곧 대규모 자연재해를 잇따라 불러올 거라는 소문이 인터넷에서 떠돈다. 종말론까지 나돈다. 하지만 과학에선 슈퍼문이란 말을 아예 쓰지 않는다. 이 말은 미국의 한 점성가가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가까이 있어 커 보일 뿐

지구를 가운데 두고 달은 타원 궤도를 돈다. 그래서 지구와 달 사이 거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한다. 20일 새벽엔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근지점에 있었다. 평소 약 38만km였던 지구와 달 간 거리가 3만km가량 줄었다. 이날 뜬 달은 공교롭게도 보름달이었다. 근지점과 보름달이 겹친 건 우연이다. 보름달이 가까이 있으니 더 커 보일 수밖에 없다.

달이 지구와 가까울수록 끌어당기는 힘(인력)은 강해진다. 때문에 바닷물이 더 많이 오르내린다. 실제로 조석간만의 차가 커졌을 때 해안에 미소지진(규모 1~3)이 생겼다는 보고도 있다. 달의 인력이 간접적으로 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감지할 정도는 아니다. 자연재해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대국민사업실장은 "보통은 밀물과 썰물의 시간이나 높이가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인데 이는 오랜 경험으로 바다 환경에 민감해진 어부들이나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GPS 데이터 변화, 자연현상일 수도"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00년대부터 환태평양지진대에서 기록된 규모 8.5 이상의 초대형 지진은 도호쿠대지진을 포함해 15회다. 1900년대 초와 1950, 60년대, 2000년대에 몰려 있다. 앞으로 한 10년간은 큰 지진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50년 주기 재앙설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45억년 지구 역사에서 단 100여년 동안 관측한 데이터를 갖고 주기를 단정하긴 이르다.

환태평양지진대 옆에 있으니 한반도에서 곧 큰 지진이나 화산 폭발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도호쿠대지진으로 한반도를 떠받친 지각이 수cm 움직였다는 최근 GPS 관측 결과가 이 같은 우려에 힘을 싣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본의 규모 7~8 정도 지진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건 학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규모 7보다 에너지가 1,000배 큰 9짜리 지진은 다를지 모른다. 한반도 지하에서 응력(밀거나 당겨 변형하는 힘)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 그러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땅은 지진이 아니어도 항상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며 "도호쿠대지진 전후 한반도가 이동하거나 지역별 위치 좌표가 바뀌었다는 GPS 관측값이 정말 지진 때문인지, 일상적 자연현상인지는 더 면밀하게 분석해 봐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전축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선 도호쿠대지진으로 지구 자전축이 10cm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게 기후변화를 일으켜 자연재해가 잦아질 거란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지구는 제자리에서 돌지 않고 팽이처럼 조금씩 움직인다. 원래 자전축이 항상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는 소리다. 이 실장은 "10cm 정도라면 자연현상인지 지진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태양폭발과 지진은 별개

2013년 5월쯤 있을 태양활동극대기가 재앙의 전조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도호쿠대지진이 이를 앞두고 일어났다고도 한다. 그러나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폭발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근거는 없다. 태양은 크긴 하지만 워낙 멀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달보다 30배나 적다.

2009년 개봉한 영화 '2012'는 한술 더 뜬다. 태양폭발로 중성미자가 대량 방출돼 지구 내부 맨틀이나 핵과 반응해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키고, 이 때문에 지구에 대형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다며 관객들을 꽤 그럴 듯하게 설득한다. 태양폭발로 중성미자가 나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에 영향을 줄 정도의 양은 아니다. 지구로 온다고 해도 그냥 뚫고 지나갈 뿐이다. 실제 태양활동의 영향은 일시적 전파교란밖에 없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유구한 종말론, 문명의 위기감이 그 모태

인터넷에서 나도는 황당한 종말론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야 별로 없겠지만 종교 문화 예술 영역에선 종말론적 담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특히 시대가 혼란할 때 득세했다.

종교적 종말론의 대표적 형태라면 유대ㆍ기독교 종말론. 이사야서 등 구약성경의 예언서에서부터 기원전 1세기 유대 묵시문학까지 유대교의 종말론은 뿌리 깊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집트 앗시리아 페르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종내 나라를 잃고 만 위기 속에서 나왔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사야서 2장 4절)이란 유명한 구절처럼 전쟁으로 뒤덮인 세상의 종말과 평화의 도래에 대한 염원은 지금도 유효할지 모른다. 말하자면 종말론엔 한 문명의 위기감과 새 세상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유대인이 로마 제국에 식민지화한 기원전 1세기에는 종말론이 더욱 판을 쳤고 이는 신약성경으로도 이어져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흡수됐다. 종말론의 집약판이라 할 신약의 요한게시록도 기원후 1세기께 로마의 압제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 속에서 탄생한 것으로 그 불안과 열망이 동시에 반영돼 있다. 종말론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해 등장했는데 동양 불교에서도 미륵불 신앙은 이런 종말론을 대표한다.

근대 합리주의가 정착한 후 종교적 종말론은 문화 예술 작품 속에서 종말론적 상상력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핵전쟁 등으로 인류가 문명 파국을 자초하거나 자연재난이 인류를 파괴하는 형태의 종말론적 작품들이 대중의 인기를 끄는 것은 자연을 파괴해 온 근대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반성과 불안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말론이나 종말론적 상상력은 문명의 위기를 선과 악, 죄와 벌의 차원으로 단순 도식화해 위기의 진정한 원인을 도외시하는 데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엉뚱한 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경향도 많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 왔다. 15, 16세기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이 대표적이다. 기독교적 종말 서사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외계인 소행성 천재지변… 지구종말 영화의 3종 세트

지구 종말에 대한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바로 외계인 소행성 천재지변을 소재로 한 영화다.

1990년대까진 주로 외계인의 지구 침공에 따른 위기가 다뤄졌다. 51년 ‘지구 최후의 날’을 시작으로 외계인이 갑자기 나타나 지구를 대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내용이 종말론을 주로 이끌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류가 외계인의 침략에 맞선다는 할리우드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96), 화성인의 침공을 그려낸 ‘화성 침공’(96) 등이 인기를 모았다. 외계인에 대한 지구 종말론은 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소비됐는데 50년대 이후 동서 냉전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계인 침공을 통해 외부 세력(공산주의)에 의한 공동체 생활과 평화에 대한 위협 가능성을 은연 중에 나타냈다는 것이다.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내용의 60년대 ‘혹성탈출’ 시리즈도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가 많다.

동구권이 몰락한 뒤 외계인 소재는 부쩍 줄어들었고 소행성에 의한 지구 종말론이 대안 소재로 등장했다. 마침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에 따라 공룡이 절멸됐다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소행성에 의한 지구 종말론은 크게 유행했다. 유정 굴착전문가들이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파괴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의 ‘아마겟돈’, 지구인들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상황을 그려낸 ‘딥 임팩트’가 98년 나란히 개봉했다. 로봇 등 기계에 의한 인류의 위기를 묘사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아이, 로봇’(2004), ‘매트릭스’ 시리즈 등도 반짝 유행을 탔다. 기계와 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할리우드의 경고장이었다.

2000년대 들어 자연의 복수가 종말론의 주된 소재가 됐다.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류가 절멸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의 ‘28일 후’와 ‘나는 전설이다’ 등이 만들어졌다. 2004년엔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세상이 빙하로 뒤덮인다는 내용의 ‘투모로우’가 개봉해 흥행했다. 2001년 9ㆍ11테러를 거치면서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 다시 스크린에 부상했지만 주류를 이루진 못했다. 53년 만들어진 동명 영화를 2005년 새롭게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이 대표적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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