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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스캔들 떠들썩 했지만 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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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스캔들 떠들썩 했지만 별 게 아니다?

입력
2011.03.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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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실 공직기강 해이 결론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25일 상하이 총영사관 영사들의 기밀유출 및 성 추문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번 '상하이 스캔들'을 스파이 사건이 아닌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총리실은 이에 따라 김정기 전 총영사를 비롯해 비위 사실이 확인된 10여명의 전ㆍ현직 상하이 총영사관 영사들에 대한 징계 조치와 해외 공관의 문제점에 대한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을 해당 부처에 요구하기로 했다.

김석민 총리실 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은) 해외 공관 근무자들의 잘못된 복무 자세로 인한 자료 유출과 비자 발급 문제, 부적절한 관계에 따른 품위 손상 등이 발생한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일부 영사들은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ㆍ33)씨의 의도적인 접근에 따라 중국 현지 호텔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 협조나 비자 청탁 목적으로 마련된 개별적인 술자리 등을 가진 영사도 일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영사들이 덩씨의 부탁으로 비자 발급에 협조해 준 것으로 드러났지만 금품수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유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모두 7종 19건이 영사들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출된 자료들이 명백한 사법처리가 필요한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총리실의 설명이다.

총리실과 법무부 등에 제보된 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등은 덩씨가 보관하던 자료로 법무부 소속 H 전 영사 등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일부 국회의원의 상하이 방문과 관련한 의전 공문 등도 P 전 영사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기 전 총영사가 보관하고 있던 현정권 실세들의 연락처 유출에 대해서는 덩씨의 카메라에 찍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나 유출 장소나 시점, 유출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총리실의 입장이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관련한 자료 유출 의혹은 이 대통령 행사와 관련이 없는 현지 참관단 사전 방중(지난해 4월 23일) 관련 자료가 업무 협조 차 제공된 것이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외교통상부가 이날 김 전 총영사 등 관련자들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밝혔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총영사 같은 특임공관장의 경우 면직 60일 이후 자동적으로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그 전에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별다른 처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 전 총영사의 경우 지난달 24일 총영사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퇴직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 "덩씨엔 접근조차 못한 부실 수사" 비판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상하이 스캔들'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총리실의 이번 조사에 대해 "중요한 의문점들을 풀지 못한 부실 조사"란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여성 덩신밍씨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정부의 조사가 애초부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은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와 덩씨와의 관계다. 특히 김 전 총영사가 덩씨와 찍은 사진 등에 대한 진술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지 못했다. 총리실은 김 전 총영사가 자신의 관저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현정권 실세들의 전화번호 연락처를 찍은 사진과 관련, "사진의 배경은 관저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결과와 어긋나는 김 전 총영사의 진술에 대해서는"김 전 총영사가 관저에서 유출됐다고 끝까지 주장해 더 이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영사가 지난해 9월 덩씨와 상하이 밀레니엄호텔에서 우연히 만나서 찍었다고 주장하는 사진의 조작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총리실은 일부에게만 출입이 허용되는 이 호텔 13층 라운지에서 김 전 총영사가 덩씨와 사진을 찍은 것은 확인했지만, 호텔 라운지가 오후 11시에 종료되는 점 등으로 봐서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새벽 2시36분이라는 촬영 시각은 맞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이 카메라의 설정상 착오인지 고의적인 시각 변경인지에 대해서는 판명하지 못했다.

총리실은 또 일부 영사들이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비자 발급에 협조한 사실도 확인했지만 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 조사는 전 영사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번 스캔들과 관련해 남겨진 의혹들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으면 의혹을 제대로 풀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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