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여당이 원전 안전 문제를 전담할 합의체 행정기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전력수요의 40%를 원전에 기대고, 원전 수출까지 하는 나라에 독립적 안전관리기구 하나 없었던 실정에 비추면 많이 늦었다. 그래도 반갑다. 새로 태어날 원자력안전위가 원전뿐만 아니라 병원과 학교, 연구기관의 활용이 크게 늘어난 전체 방사성물질의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따지고 보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와 같은 기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58년 원자력법 제정에 따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된 원자력위원회는 원자력 이용과 안전 양쪽으로 실질적 권한을 가졌다. 그러나 86년 법 개정 이후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과학기술자로 한다는 규정이 빠진 데다 에너지나 산업 관련 장관, 전력회사 사장까지 위원으로 활동해 위원회의 성격, 특히 안전 관리 기구로서의 역할은 크게 후퇴했다. 1년에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때가 있을 정도로 기구는 유명무실해졌고, 원자력 이용과 안전 규제의 균형을 취해야 할 원자력 정책은 이용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이런 문제는 96년 원자력법을 개정하면서 원자력 안전규제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기본취지로 삼아 설치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원자력안전위는 원자로계통, 방사선 방호, 부지ㆍ구조, 정책ㆍ제도, 방재ㆍ환경 등 5개 전문분과위원회를 전문가들로 채워 나름대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산하라는 지위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
새 원자력안전위를 대통령, 아니면 최소한 국무총리 직속의 장관급 행정기관으로 끌어올리자는 정부ㆍ여당의 구상도 지위 격상 없는 독립성은 공염불로 끝난다는 반성 때문일 것이다. 다만 조직의 지위를 끌어올리고, 장관급 위원장을 앉히고, 정책 결정ㆍ집행권을 준다고 독립성이 저절로 확보되지는 않는다. 지위 격상의 주된 이유인 국민신뢰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합리적 인선 등 실질적 보장 조치를 정부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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