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를 알고 있나요. 체르노빌은 원전 격리 돔이 없어 방사능 누출로 2만5,000여명이 사망했어요. 하지만 미국 스리마일은 돔이 있어서 방사선 새나가지 않았어요."
경주 월성 원자력 발전소 홍보부 김현숙씨의 설명이 끝나자 경청하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자로에 폭탄이나 미사일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엉뚱한 질문에 김씨가 "직각으로 부딪치지만 않는다면 끄떡없다"고 말했다. "핵폭탄도 막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그도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4일부터 이틀 간 경기 성남시 국제학교 BIS CANADA 학생 7-9학년(14세-16세) 학생 70명을 대상으로 원전 안전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의 충격파가 여전한 상황인 만큼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해 이들과 동행했다.
첫 행선지는 대전 유성구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자력안전학교 강의실. 전 원장인 은영수 박사가 "방사선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장지우(15)군은 "바나나"를 외쳤다. 학생들의 웃음이 터졌다. 은박사가 "바나나에도 소량의 방사선이 들어있다"고 하자 다들 크게 놀라는 눈치.
"하지만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극소량이라 안심해도 된다"는 말이 나온 뒤에 "휴"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전국 70곳에서 채취한 방사능을 분석하는 방사능 방호기술지원본부. 가로 7m, 세로3m 초대형 화면 속에서 국내 주요 원전 위치와 방사선 방출량을 확인한 구자연(14)양은 방사능 수치가 정상인 것을 보고는 "이젠 믿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학생들은 월성 원자력 발전소를 찾았다. 실제 발전소 내부는 보안문제로 입장이 불가능해 홍보관과 훈련교육센터만 입장이 가능했다. 이곳 관계자는"국내 유일의 중수로 원전이라 출입이 더 엄격하다"고 말했다. 훈련교육센터 내부에는 원자로가 실제의 7분의1 크기 모형으로 전시돼 있었다. 호기심 어린 학생들이 시선이 쏟아졌다.
마지막 방문지인 신월성 원자력 발전소 건설현장. 동해안 바다를 앞에 두고 산을 깎은 지점에 돔 천장을 가진 높이 56m, 원자로 무게 350톤의 1, 2호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던 학생들은 그 규모에 놀라 원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이틀 간 일정을 마친 학생들은 마치 원자력 박사가 된 듯 했다. 김희찬(15)군은 "한국형 원전이 일본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하는데 대지진이 생기면 아무리 대비를 잘 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는 상업용 원전시설이 총 21개 가동 중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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