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추락의 전조일까, 아니면 대내외 악재에 따른 일시적 불안감일까.
전세난과 고유가, 고물가, 구제역파동에 일본 리비아 등 대외악재까지 겹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2년 만에 기준치를 밑돌았다.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 낙폭은 29개월만에 가장 컸다.
한국은행이 전국 2,09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1년 3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3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8로 전월보다 7포인트 추락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밑돈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 전월대비 하락폭은 2008년 10월(8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무엇보다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악화됐다. 6개월전과 비교한 현재의 경기판단 CSI는 전달 82에서 64로, 향후 6개월후의 경기전망 CSI는 94에서 75로 추락했다. 조사가 이뤄진 시점(3월 14~21일)을 감안하면 일본 대지진 및 원전 사태, 리비아 사태에 따른 중동 불안, 이로 인한 유가 및 물가 상승 등 대내외 악재에 대한 불안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러다 보니 가계의 소비심리도 다시 얼어붙고 있다. 생활형편전망 CSI는 96에서 87로 급락했고, 소비지출전망 CSI도 112에서 109로 하락했다. 특히 외식비(92 →87) 여행비(91 →84) 교양ㆍ오락ㆍ문화비(96 → 91) 등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물가에 대한 부담감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 물가수준전망 CSI는 전달 148에서 153으로 상승했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연평균 3.9%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앞으로 물가가 4%보다 더 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비중은 지난 달 33.8%에서 43.8%로 크게 높아졌다.
전 계층에서 골고루 체감경기가 악화됐지만,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의 악화가 더 두드러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현재생활형편 CSI가 월소득 100만원대, 200만원대, 300만원대 계층은 각 5포인트 떨어진데 반해, 400만원대(8포인트) 500만원 이상(10포인트) 등 소득이 많을수록 하락폭이 컸다. 현재경기판단 CSI 역시 300만원대 이하 계층에서는 하락폭이 16~20포인였지만, 400만원대와 500만원 이상 계층에서는 하락폭이 23~24포인트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고소득층일수록 대내외 악재의 충격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