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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큰 애기 작은 애기' 지는 것이 있으면 피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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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큰 애기 작은 애기' 지는 것이 있으면 피는 것도 있다

입력
2011.03.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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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기 작은 애기/오옥주 글ㆍ호랑 그림/느림보 발행ㆍ36쪽ㆍ1만1,000원

그림책의 처음과 끝은 선혈 기운이 감도는 화사한 복사꽃. 그 안에는 죽음의 쓸쓸함과 천진난만한 생명의 약동이 교차한다. 어쩌면 길고, 어쩌면 짧은 우리 인생의 한 순환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오옥주씨가 글을 쓰고 호랑씨가 그림을 그린 <큰 애기 작은> 는 여섯 살 여자 아이의 시선으로 할아버지의 생애 마지막 일년이자 갓 태어난 동생의 첫 일년을 관찰한 그림책. 아직 죽음의 무게도, 탄생의 의미도 알지 못하는 아이의 시선을 빌려 삶과 죽음을 시치미 떼고 담담하게 그려가는 이야기는 자못 여운이 깊다.

복사꽃이 만발한 봄날, 엄마가 동생을 낳으러 간 사이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진다. 할아버지가 시름시름 앓는 동안에 갓 태어난 아기는 방안을 기어 다니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쑥쑥 크는 아이와 서서히 침잠하는 할아버지의 대비가 아릿하다. 눈 내리는 겨울 밤 할아버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동생이 처음 문턱을 넘는 장면은 책에서 표현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할아버지가 조용히 숨을 거두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듬해 봄 아이들은 새로 찾아온 복사꽃 만발한 봄 마당을 뛰어 논다.

그림은 어두운 색조의 연필 소묘 위에 맑은 색감의 수채물감을 덧칠했는데 은은하고 깊이 있는 채색을 위해 화선지가 사용돼 아스라한 분위기가 감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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