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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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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입력
2011.03.2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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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정수복 지음/문학동네 발행·412쪽·1만5,000원

'시간은 빠르게 달아나기도 하고 천천히 흐르기도 한다. 그런데 프로방스에 가면 뜻하지 않게 아주 느리게 가는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파리에 거주하는 사회학자이자 전문적인 산책가 정수복씨가 2005년 여름 노랗고 투명한 햇빛이 가득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 한 달간 머물며 쓴 일기를 책으로 냈다. 그가 읽은 것과 마주친 것들, 사랑하고 꿈꾸는 것들과 함께 직접 찍은 사진들이 담겼다.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을 불러들인 프로방스는 한 양치기 소년의 순수한 사랑을 담은 알퐁스 도데의 <별> 의 배경이기도 하고, 불멸의 화가 반 고흐가 마지막 3년을 보낸 장소이기도 하다.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 느긋한 산책가는 조급증을 내려놓으라고, 그리고 여유 있게 함께 걷자고 권한다. 이 산책의 목적은 휴식과 자기만의 순간을 얻는 것이다.

프로방스를 마음의 피난처로 삼은 저자는 이곳에 가면 인생이 아름답게 생각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햇빛 때문이다. "그런 햇빛은 우울한 마음을 치유해 주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반 고흐처럼 햇빛에 굶주린 음산한 북쪽 나라 사람들이나 나 같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혼잡함에 지친 사람들에게 아직도 아름다운 삶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친절한 이웃의 집을 방문하고, 빈둥거리다 카뮈의 책을 뒤지고, 론 강변에서 저녁해가 지는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여유가 있기에 더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 자신은 프로방스의 빛나는 풍경들을 거기서 파생된 단상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이성과 감성의 촉수를 바짝 세우느라 분주했다. 사회학자 특유의 분석적 시각을 덧입힌 이 책은 그래서 지적 산책기가 됐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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