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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제비꽃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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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제비꽃 우정

입력
2011.03.2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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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리 청솔당 입구에 귀뚜라미를 닮은 우체통이 있지요. 그 곁에는 한 일(一)자로 생긴 낡은 나무의자도 있지요. 제가 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의자이지요. 어느 날은 고양이가 또 어느 날은 그리운 편지들이 앉아 있지요. 어제는 그 위에 있는 전등이 흔들려 의자에 올라서서 손을 보고 내려오다 앗! 제비꽃을 보았지요. 활짝 핀 보랏빛 제비꽃을 보았지요. 은현리 여기저기 많이 피었겠지만 제 눈에 처음 찾아온 첫 제비꽃이었지요. 반가웠지요. 올핸 처음 보는 제비꽃이었지요. 일본 유명 하이쿠 중에 제비꽃이 있는데 ‘꺾어도 후회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되는 제비꽃’이라고 했지요. 그 뜻을 몰라 궁금했는데 제비꽃과 친구하면서 알게 되었지요. 제비꽃은 번식력이 아주 강하지요. 순식간에 퍼져나가지요. 잔디마당을 가지고 살 때 제비꽃이 찾아와 좋아했는데 그 다음해는 온통 제비꽃이었지요. 어느 핸가 시인 허영자 선생님이 전화했지요. 제비꽃 한 송이가 피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지요. 앞의 하이쿠를 이야기해드렸지요. 몇 년 뒤 다시 전화가 왔지요. 잔디마당이 제비꽃 마당이 되었다고요. 지금은 텃밭과 청솔당 사이에 흙 마당이 있어 제비꽃과 친구하기 좋지요. 그 친구 내년엔 더 많은 친구들을 데리고 찾아오겠지요. 이 마당에 시인이 산다며 우르르 찾아오겠지요. 그 친구 중에 좋은 당신이 있었으면 생각하지요.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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