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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눔기업이다] "동병상련 일터… 장애인이 장애인 돕는 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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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눔기업이다] "동병상련 일터… 장애인이 장애인 돕는 일 해요"

입력
2011.03.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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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지원재활기구 제작 이지무브현대차 전폭 지원 속 사회적 기업 자리잡아내년 매출 180억 목표… 장애인 고용도 확대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유미경(45)씨. 최근 표정이 밝아졌다. 지난 18일부터 꿈에 그리던 취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의 직장은 자세 교정기와 휠체어 등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주). 남의 도움에 의지했던 그가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을 돕는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유씨의 주임무는 미싱. 23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 공장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미싱대에 앉아 장애 아동용 유모차에 들어 갈 시트에 정성스레 박음질을 하고 있었다. 글로 쓴 질문에 그는 큰 입모양으로 "꿈만 같아요"라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옆에 서 있던 유씨의 파트너 이지현(29)씨도 어느새 함박 웃음을 짓는다. 그는"일한 지 며칠 만에 언니의 입 모양만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안다"며 "함께 일하다 보니 보통 사람들과 장애인의 경계가 허물어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일하는 이지무브(주)는 장애인 보조기구와 재활기구를 만드는 전문 사회적 기업. 한마디로 장애인의 이동 기기를 만드는 업체다.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이 서비스 업종에 집중된 것과 달리 제조업체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8월 창립 개소식을 가졌으니 이제 걸음마인 셈.

하지만 그 동안 이룬 성과가 적지 않다. 벌써 700여대의 자세 교정기와 장애 아동용 유모차를 생산했다. 일본, 독일의 수입 제품보다 30~50% 가량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주문자의 체형에 맞게 생산하다 보니 사용자의 만족도도 높다. 그 동안 국내 장애인 보조, 재활기구의 90% 이상은 고가일뿐더러 우리 몸에 맞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오영두 기획부장은 "사용자와 보호자들로부터 '편리하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뿌듯해 진다"고 말했다.

이지무브(주)는 삼각편대로 운영된다.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가 자본을 대고 운영은 재활 복지 전문가들이 한다. 경기도는 각종 인증 절차 등 행정지원을 도맡았다.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기업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다.

2년여 간 준비했던 탄생이 쉽지는 않았다. 제조업이라는 특성상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만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과 개인이 없었던 것. 그런데 사정을 들은 현대차가 흔쾌히 이 회사에 3년간 자본금 2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04년부터 장애인용 특수 차량 등을 제작하는 등 현대차의 교통약자 지원 계획(이지무브 프로젝트)과 이 회사 설립 취지가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이 회사의 이름도 이지무브(주)로 지었다.

연구 개발도 지원한다. 실제로 전문적으로 장애인용 차량을 연구개발 하는 현대ㆍ기아차 남양연구소가 수시로 기술자문과 해외 제품에 대한 분석을 돕고 있다. 이지무브(주)의 김근우 경영본부장도 현대ㆍ기아차 남양연구소의 마케팅본부를 거쳤다. 김 본부장은 "장애인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만들 것"이라며 "6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올해 매출이 내년에는 180억원으로 늘어 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회사는 상반기 중 기립이 가능한 전동 휠체어를 생산할 예정이다. 평상시에는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사용자가 일어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수입 제품의 가격은 대당 600만원을 넘어 선다. 가격의 8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고 하더라도 120만원을 내야 하는 장애인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지무브(주)는 이를 300만~350만원에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수출도 준비 중이다. 이 역시 현대차가 판로 개척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여기에 장애인 차량의 상ㆍ하차 보조기 등도 고급 기술이 필요한 기기도 개발 중이다.

장애인 고용도 확대한다. 현재 4명인 장애인 고용을 올해 안에 30명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장애인 80명 등 200명의 고용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노인과 장애인 복지에 사용하겠다는 원칙도 세워 놓았다.

이지무브(주) 관계자는 "이 회사는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업 형태인 만큼 지속 가능한 경영에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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