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의 주인공인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씨의 실체에 대해 그의 남편과 현재 내연관계인 법무부 출신 H 전 영사가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덩씨의 남편 J씨는 덩씨의 행적에 의문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증언하고 있다. J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1년 중국 상하이에서 만나 결혼한 뒤 딸 하나를 낳아 부부로 지내왔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아내가 변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아내와 H 전 영사와의 불륜 때문에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것이 J씨의 주장이다.
J씨는 이런 치정관계 외에 덩씨가 한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스파이 행위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로 상하이 스캔들이 기밀유출 의혹으로까지 번진 것은 J씨가 덩씨의 소지품에서 발견했다는 상하이총영사관 내부자료와 국내 여권 인사들의 연락처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10년을 살았는데 스파이와 결혼했나 싶어 허탈하기까지 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평범한 주부였던 덩씨가 상하이 부촌에 수십억원짜리 최고급 빌라를 소유한 실력자로 변신한 경위에 대해 J씨가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반면 현재 덩씨와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H 전 영사의 증언은 J씨의 주장을 근본부터 허물고 있다. H 전 영사에 따르면 J씨는 덩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지 않았으며, 한국 비자 문제 때문에 맺은 계약결혼 관계에 불과하다. 그는 2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저와 덩씨는 2001년부터 사귀어왔고, 지난 10년간 변치않은 사랑을 지켜왔다"고 주장했다.
H 전 영사는 특히 덩씨의 불륜을 의심케 했던 한국 외교관들과의 사진도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덩씨의 복잡한 남자관계 역시 전면 부인했다. 덩씨는 스파이나 브로커가 아니며 경제력과 중국 정관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동시에 갖춘 실력자일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H 전 영사가 덩씨와 10년 전부터 만났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을 내놓지 않고 있어, 그의 주장 역시 일방적인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한 여성을 두고 남편과 내연남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어,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측면만 말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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