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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다시 혼돈 속으로/ 살레 대통령, 퇴진 유화책 안 먹히자 비상조치법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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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다시 혼돈 속으로/ 살레 대통령, 퇴진 유화책 안 먹히자 비상조치법 강행

입력
2011.03.2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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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정권이양으로 가는 듯했던 예멘이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30년 장기집권 끝에 연내 퇴진을 선언한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연내 대통령선거 시행과 비상조치법이라는 양극의 처방을 총동원했다. 야권과 시민은 25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고, 서구 정유회사들은 예멘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23일(현지시간) AFP·AP통신 등에 따르면 예멘 의회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살레 대통령이 요구한 비상조치법을 통과시켰다. 전체 의원 301명 중 집권 국민의회당(GPC) 소속 의원 164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을 실시, 160명이 찬성했다. 앞으로 30일간 시행되는 비상조치법은 언론 검열과 집회, 시위금지뿐만 아니라 시위대 체포와 억류에 대한 군, 경찰의 권한강화도 포함돼있어 사실상 야권 탄압용이다. 이러한 강경책과 동시에 살레 대통령은 연내 퇴진, 연내 총선과 대선 실시도 야권에 제안했다고 국영통신사 사바가 전했다.

24일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군인과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국수비대가 충돌, 3명이 부상당했다.

수만명이 거리로 몰려나오고, 최측근인 알리 모흐센 알 아흐마르 소장까지 등을 돌리며 벼랑 끝에 선 살레 대통령은 2013년까지인 임기를 고수하겠다던 입장을 거두고 연내 퇴진하겠다고 전날 밝혔었다. 그러나 야권과 시위대가 즉각 퇴진을 고수하며 협상을 거부하자 하룻만에 강경책으로 급선회한 것. AP는 살레 대통령의 정권에 대한 집착이 반정부세력과의 정면충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살레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현 정권에 희망을 거는 모습을 보여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야당은 의원 절반이 출석해야 하는 정족수에 모자라므로 비상조치법 통과는 무효라고 주장했고 시위대는 25일 금요기도회 직후 사나대학 밖에서 시위를 열겠다고 밝혀 정부와 시위대간 충돌은 불가피하게 됐다.

정국 혼란이 가중되자 다국적 기업들은 철수 작업에 들어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OMV와 노르웨이 DNO, 미국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은 23일부터 마리브 북부지역의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자국민에게 예멘을 떠날 것을 권고한 데 이어 영국은 23일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독일도 24일 사나에 있는 대사관에서 핵심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을 철수시켰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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