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도립, 군립공원 등 자연공원 내 전통사찰의 건축 규제를 완화한 자연공원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불교계는 숙원을 풀었다. 1967년 국립공원 제도 시행 이래 그 안의 주요 사찰들은 화장실 하나도 마음대로 못 짓는다는 불만이 쌓였던 터에 법이 개정되자 불교계는 환영 일색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개정이 문화재나 환경 파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11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자연공원법의 골자는 공원문화유산지구 신설이다. 자연공원에 있는 문화재 보유 사찰과 전통사찰의 경내지 중 일정 구역을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 문화재 보전이나 불사에 필요한 신ㆍ증측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공원문화유산지구의 사찰은 공원관리청과 협의해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다. 단 문화재 관람료와 중복 징수할 수는 없다.
문화재 시민운동가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이번 개정이 개악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각종 규제법에도 불구하고 사찰들이 진입로 주차장 편의시설 등을 만들면서 경관을 해친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유산지구 내 건축 행위는 엄격히 막고, 대신 해당 지구 바로 옆에 신ㆍ증축 등을 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자연공원법 주무 부서인 환경부는 지나친 걱정이라고 반박한다. ‘자연공원의 유지ㆍ관리에 상당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공원관리청이 보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데다 산지관리법 문화재보호법 건축법 등 10여개 관련법이 여전히 적용되기 때문에 사찰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불교 대표 종단인 조계종도 23일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무분별한 불사를 막을 심의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건축 환경 조경 생태 등 분야별 전문가로 위원회를 만들어 사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불사를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민족문화 수호 100일 정진 회향 및 자성과 쇄신 결사 입재 법회’에서 자정과 쇄신 결사의 실천 계획 중 하나로 발표됐다.
개정 자연공원법은 10월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원문화유산지구의 지정 범위와 절차 등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범위 설정 문제는 불교계와 환경부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전국 유명 산에서 사찰 소유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8.7%다. 가야산국립공원 내 해인사 땅이 39%로 가장 크고 오대산 월정사, 설악산 신흥사, 속리산 법주사 땅도 각 국립공원 면적의 12~19%에 이른다. 이번 자연공원법 개정은 사찰의 재산권을 인정하고,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시비를 해소하는 조치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절에 가지 않는 등산객도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는 반발이 컸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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