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의 공습 지원을 듬뿍 받은 리비아의 반카다피 시민군이 27일(현지시간) 동부 주요 도시를 탈환하고 파죽지세로 서진하고 있다. 연합군은 전날부터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해 세브하, 미스라타, 시르테, 아즈다비야 등지에 공습을 집중해 정부군을 옭아맸다. 국제사회의 리비아 공습이 8일째로 접어들면서 이제 관심은 시민군이 언제 트리폴리에 입성할지에 쏠리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26일에는 프랑스 전투기가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미스라타에서 출격을 준비 중이던 정부군 전투기 5대와 헬리콥터 2기를 파괴했다. 영국군도 무장한 차량 5대를 공습했다. 연합군 전투기가 미스라타 상공을 휘젓고 다니자 이 지역에서 대규모 공세를 펴온 정부군의 폭격이 중단됐다고 BBC는 전했다. 연합군의 공습관련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아즈다비야에서 시르테 사이 많은 마을이 공습당했다"며 "연합군은 공격을 즉각 멈춰야 하며 이 문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군의 공습 직후인 21일부터 반군의 거점인 벵가지에서부터 동부를 다시 탈환하기 위해 진격하기 시작한 시민군은 26일 주요 거점 아즈다비야를 탈환했다. 27일에는 아즈다비야에서 서쪽으로 각각 80㎞, 310㎞ 떨어진 석유도시 브레가, 라스 라누프까지 함락시킨 뒤 기세를 늦추지 않고 서쪽으로 50㎞ 더 나아가 빈 자와드까지 손에 넣었다. 특히 아즈다비야에서는 시민군이 26일 카다피 측근이자 서열 3위인 빌가심 알 간가 장군을 붙잡아 브레가로 압송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AFP 통신은 "카다피 정부군이 허겁지겁 퇴각하면서 리비아 동부 전체를 시민군이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거칠 것 없는 서진이 이어지면서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시민군은 진격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군 측 마흐무드 지브릴 임시정부 총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리비아 국민은 당신들을 해방자로 여기고 있다"면서도 "이제 우리 힘으로 다음 전투에서 승리하겠다"고 때이른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는 연합군의 군사작전이 외세 개입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동부지역에서 반격을 당한 카다피는 미스라타 등 서부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군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카다피 측이 서부 장악을 위해 브레가 등에서 철수하고 미스라타 전선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카다피 측이 서방국 및 시민군과도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장기전과 평화협상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