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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히어 애프터'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스트우드 감독의 솜씨에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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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히어 애프터'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스트우드 감독의 솜씨에 뭉클

입력
2011.03.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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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 입은 일본 개봉은 연기

죽음 탓이다. 죽음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고독하다. 한 사람은 죽음을 경험했고, 그 죽음을 사람들이 몰라줘서 외롭다. 또 다른 사람은 한 몸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 몸서리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그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신통한 능력 때문에 고독이 사무친다. 죽음 때문에 외롭고 고통스러운, 살아 남은 자들의 이야기.

배우 출신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히어 애프터'는 내내 가슴을 누르는 영화다. 그러나 결말은 따스하다. 술과 담배와 폭식으로는 도저히 위로 받을 수 없는 영혼이 따스한 엄마 품에 안기는 듯하다. 죽음으로 상처 받은 삶을 다독이는 거장의 손길은 자혜롭기만 하다.

영화는 프랑스와 영국, 미국에 사는 세 사람의 사연을 제각기 풀어내다 셋을 한 자리에 모은다. 프랑스 유명 여성 앵커 마리(세실 드 프랑스)는 휴가를 즐기러 동남아에 갔다가 쓰나미에 휩쓸려 죽음 문턱까지 다녀온다. 파리로 돌아온 마리는 사후 세계에 눈을 뜨게 되고 삶의 변화를 모색한다. 런던의 소년 마커스는 사고로 분신과도 같은 쌍둥이 형을 잃고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는 죽은 형과 만나고 싶어 다른 이에겐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심령술사를 찾아 헤맨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조지(맷 데이먼)는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자신의 처지를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세상은 그의 남다른 재능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영화는 죽음을 매개로 세 인물의 서글픈 고독에 포커스를 맞춘다. 사후 세계에 빠져들수록 주위와 단절돼가는 마리, 행복의 필수조건이었던 형에게 매달리며 현실을 외면하는 마커스, 자신의 능력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는 조지의 일상이 힘겹게 다가온다.

여러 장면이 가슴을 친다. 약물중독 엄마에게 재활의지를 불어넣기 위한 마커스 형제의 눈물겨운 노력과 이어지는 비극, 마음에 드는 여인을 겨우 만난 조지가 의도치 않게 그녀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되고 파국을 맞는 장면 등은 마술적인 해피 엔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영화는 마리와 마커스와 조지의 슬픔을 다독이는 형식을 취하며 결국엔 자연재해와 테러 등으로 고통 받는 현대인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아무리 힘들고 슬픈 현실이라도 살아. 그게 살아 남은 자의 몫이야'라고 영화는 속삭이는 듯하다. 그 누구 못지않게 죽음에 가까워진 이스트우드(그는 81세다)의 응원처럼 들려 그 울림이 더욱 크다.

'히어 애프터'를 보면 이스트우드가 더 많은 작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것이다. 관객들은 삶을 위무하는 이 영화 심령술사를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창설자 에드가 후버의 삶을 그린 'J. 에드가'를 준비 중이다.

'히어 애프터'는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에서의 개봉은 연기됐다. 쓰나미 장면이 마음의 상처를 덧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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