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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미사일 떨어진 은둔지서 "난 여기에 있다" TV연설

입력
2011.03.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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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모습 드러내… " 연합군은 정의에 어긋난 파시스트"트리폴리 등 결사항전 대오 균열 조짐… 출구 모색도 꾀하는 듯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최후 보루인 수도 트리폴리의 기류가 변하고 있는 듯하다. 카다피는 일주일 만에 나타나 여전히 건재를 과시했지만, 그를 죽음으로 지키겠다던 결사 대오에는 금이 가고 있다는 얘기이다. 카다피 측이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다피는 22일(현지시간) 리비아 국영TV에 등장했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16일 레바논 언론과의 인터뷰 뒤 꼭 일주일 만이다. 이틀 전 폭격 당했던 자신의 은둔지, 바브 알 아지지야 요새에서였다. 그는 인간방패로 나선 지지자들 앞에서 특유의 거친 말투와 몸짓으로 거듭 항전의지를 다졌다.

카다피는 생중계라고 주장된 연설에서 "싸움이 길든 짧든 우리는 연합군을 무찌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여기에 있다. 내 집은 이곳이다"고 강조하면서 리비아를 공격하는 서방 국가들을 정의에 어긋난 파시스트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미 뉴욕타임스(NYT)는 카다피의 호언장담과 달리 동요하는 트리폴리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한달여간 트리폴리만은 반정부 시위의 무풍지대나 다름 없었다. 이날도 녹색 스카프를 두른 수천명의 카다피 추종자들은 그에게 열광적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한 시민은 "솔직히 두렵다. 카다피 군대는 내 친척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무기를 나눠줬는데 카다피 측은 이 무기들로 카다피나 은행 등 공공시설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미국도 카다피 측이 위기타개책을 찾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측근들이 세계 각국의 동맹들과 접촉해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전략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런 접촉은 기만 전술일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정전을 선언하고도 돌연 벵가지로 진격해 뒤통수를 친 사례에서 보듯 시간을 벌어보려는 꼼수라는 얘기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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