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씨"막내 생각에 잠 못 이뤄… 기억해주는 국민에 감사北에 또 당하지 않으려면 정치인들이 정신 차려야"
"제발 다시는 내 아들 같은 희생자가 안 나오게 해줘."
천안함 침몰 사건 1주기를 앞두고 '46용사'의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68)씨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 자택을 찾은 기자를 보고 처음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다가 아들 이야기를 꺼내자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밤마다 자리에 누우면 막내 얼굴이 떠올라 잠을 잘 수가 없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
윤씨는 지난해 6월 국민들이 보내 준 성금 가운데 1억898만8,000원을 방위성금으로 기탁했다. "(금액이) 적지만 무기구입에 사용해 우리 영해와 영토를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적을 응징하는데 써달라"는 편지와 함께였다. 해군은 윤씨가 기탁한 성금으로 국산 K-6기관총 18정을 구입해 초계함에 장착하고 25일 장착식을 갖는다.
윤씨는 지난주 아들이 누워 있는 대전현충원을 다녀왔다고 했다. "차를 네 번이나 갈아타야 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힘든 줄 몰랐어. 막내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 내 책임인 것 같고… 좋은 부모 만났으면 군대 가서 저렇게 안됐을 텐데 하는 생각에 더 미안해."
윤씨는 안방 서랍장 위에 올려 놓은 아들 사진을 보다가 다시 눈가를 적셨다. "나는 너를 이렇게 보는데 너는 나를 보지 못하는구나. 부질없는 짓이지만 흙으로라도 빚어 만들 수 있다면 만들고,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내 재산을 다 팔아서라도 사고 싶은데…."
한동안 말문을 닫은 윤씨가 제법 큼지막한 가방 하나를 가져왔다. 아들의 유품들을 넣어 둔 가방이었다. 윤씨는 가방에서 아들이 학창시절 받았던 상장들을 꺼냈다. 그는 "막내 채취가 남아있어 도저히 태울 수가 없었다"라며 눈가를 훔친다.
"아 이렇게 착하고 똑똑한 애를 김정일이가 죽였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윤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요즘도 텔레비전에서 북한 김정일과 후계자 김정은의 모습이 보이면 속이 끓는다고 했다. "백성들은 굶기면서 지들만 살찌고, 남한에서 가져다 준 것들로 내 아들 목숨을 빼앗았는데 편안하게 볼 수 있겠어?" 윤씨의 울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성금을 기탁한 것도 다시는 우리 젊은이들이 희생당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다. "자식을 먼저 보낸 에미(어미)로서 돈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보였어. 좀 제대로 된 총알이라도 만들어 대항을 해야 다음에 또 당하지 않을 거 아녀."
연평도 포격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원을 주장하는 일부 야당 및 진보진영 인사들의 발언을 수긍할 수 없어 항의 방문도 했다. 요즘도 대북지원이나 협력 이야기가 나오면 걱정이 앞선다."돈이고 쌀이고 다 지원해줬는데 그걸로 공격을 했잖아. 안 줬으면 그런 사단은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 대한 바람도 많다. "희생당한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는 국민들이 고맙지. 하지만 젊은이들이 또 희생당하지 않으려면 정치인들이 정신차리고 잘 해야 해."
부여=글·사진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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