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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년] 침몰 원인 둘러싼 과학적 인과관계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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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년] 침몰 원인 둘러싼 과학적 인과관계 논쟁

입력
2011.03.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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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둥 존재 여부·선체 흰색 물질 정체 등 여전히 논란● 北 어뢰 잔해·선체의 흰색 물질은"알루미늄 포함된 폭발재" "산화물이 아닌 침전물"● 베일에 싸인 물기둥의 존재는"학계나 연구기관의 몫" "실험하면 드러날 거짓말"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무작정 어깃장을 놓은 정치적인 소모전이 아니다. '1번'글씨가 쓰인 어뢰가 폭발해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결론을 놓고 과학적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이에 대척점에 있는 두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쟁점별로 대담을 재구성했다.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추가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군합동조사단을 지휘했던 윤종성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조사는 충분했고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들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인터뷰는 22, 23일 이틀간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천안함 선체 곳곳과 북한 어뢰 잔해에 묻어있는 흰색 물질의 정체가 논란인데.

윤종성= "이미 과학적으로 확인됐고 지난 1년간 충분히 설명했다. 흰색 물질은 어뢰 폭발로 생성된 흡착물질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다. 일종의 폭발재다. 어뢰 폭발로 인한 비접촉식 수중폭발의 강력한 증거다."

이승헌= "이 물질은 폭발로 생성된 게 아니다. 화학적 상변화(相變化ㆍ열에 의해물질이 기체 액체 고체로 변화하는 현상) 이후 천천히 형성된 침전물질이다. 폭발재가 아니라 수산화 알루미늄 계열인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이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달라.

윤= "합조단은 수중폭발과 동일한 조건의 수조폭발 실험을 통해 천안함 선체, 어뢰추진체에 묻어 있는 흡착물질과 서로 비교했다. 또한 에너지분광기(EDS) 분석과 X선회절기(XRD) 분석을 통해 이들 세가지 시료의 흡착물질이 거의 동일한 성분으로 확인됐다. 폭발력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이 다량 포함된 폭발재다. EDS 검사를 통해 세가지 시료에서 알루미늄, 산소, 황, 염소 등의 성분이 확인되었으나 XRD 분석결과 알루미늄 등의 피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기존의 화학반응과는 다른 폭발이 있었고 고온, 고압을 거쳐 급속도로 냉각됐기 때문(비결정질)이다."

이= "EDS 분석결과를 보면 AM-Ⅰ(천안함 선체)과 AM-Ⅱ(어뢰)에서 산소(O)와 알루미늄(Al)의 피크(최고치) 비율이 0.9대1로 거의 같다. 하지만 폭발이 있었고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면 비율이 0.23대1 정도로 산소의 피크가 현저히 작아야 한다. 이건 흰색물질이 침전물이라는 증거다. 서서히 변했기 때문에 피크가 비슷한 것이다. 나 말고도 복수의 다른 과학자들이 이미 밝힌 내용이다. 따라서 흰색물질이 폭발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면 어뢰 잔해와 천안함 침몰을 인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없다."

-데이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나.

이= "수조실험 결과인 AM-Ⅲ 그래프가 조작이다. 앞서 분석한 AM-Ⅰ, AM-Ⅱ와 똑같이 맞추려다 보니 그런 것이다."

윤= "말도 안 된다. 수조실험의 경우 흡착물질이 워낙 미량이라 분석을 위해 알루미늄판에 흡착한 상태로 하다 보니 알루미늄판이 피크에 영향을 준 것뿐이다. 반면, XRD 분석을 보면 알루미늄 산화물의 결정피크는 거의 없다. 이 또한 폭발에 따른 비결정질이라는 증거다."

-시각차가 워낙 큰데.

이= "해법은 간단하다. 합조단이 실험했던 시료를 공개하면 된다. 과학자들을 모아 놓고 폭발실험을 다시 하면 되지 않나."

윤= "합조단은 모든 침몰원인을 조사해 어뢰의 수중폭발임을 확인하고 선체 손상, 생존자와 관련자 진술, 시신에 대한 의학적 검토, 지진파 및 공중음파 분석, 폭약성분 분석 등을 거쳤다. 또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의 추진체까지 끌어올려 사건을 해결했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한 세력은 반성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이 중단돼 물기둥의 존재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윤= "모든 것을 다하면 좋겠지만 합조단의 임무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히는데 있었던 만큼 소임을 완수했다. 남은 몫은 학계나 연구기관의 몫이다."

이= "나이아가라 폭포의 높이가 50m다. 하지만 배를 타고 20~30m 앞에만 가도 물보라 때문에 온몸이 흠뻑 젖는다. 어뢰가 터졌으면 100m 가량 물기둥이 생겨야 하는데 천안함 선상에 있던 두 병사 중에 한 명만 얼굴에 물방울이 떨어졌다고 했다. 거짓말이다. 천안함 광고 비용의 몇 십 분의 일만 들이면 시뮬레이션 완성할 수 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이= "과학적 진실은 하나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을 넘어 검증 가능하면 된다. 국방부나 합조단에서 토론이나 연구하자는 제의가 전혀 없었다. 정부는 비밀주의의 장막을 걷어야 한다."

윤= "언론을 통해 공개토론 제의했지만 아무 답변이 없었다. 물론 정부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을지 모르나 이는 조사결과의 문제와는 다르다. 결과는 사실대로 인정하고 과학적 분석이 미진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면 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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