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예산 1157억 중 대잠능력 높일 해군 몫은 300억뿐정보인력 늘리고 합참 중심으로 지휘체계 전환"합동성 강화" 불구 주요 보직자에 육군 압도적
"여전히 추정하고 있다. 잠수정이 물 속에 들어가면 알 수가 없다."
지난해 3월26일 서해에서 어뢰로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 잠수정의 이동경로에 대해 다수의 합동참모본부 고위관계자들이 내놓는 한결 같은 반응이다. 군 당국이 장비를 개선하고 전술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북한군이 또다시 유사한 방식으로 침투해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긴급예산 중 26%만 해군 몫
정부는 천안함 사태 직후 긴급예산 1,157억원을 편성했다. 명분은 대잠수함(정) 작전능력 강화다. 북한의 공격이 물 밑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잠능력의 핵심은 적을 먼저 포착할 수 있는 '눈'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은 초계함과 호위함에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라는 음향센서를 새로 장착해 적 잠수함(정)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주요 바다길목에는 이동형 수중탐색음탐기도 설치할 계획이다.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에 장착된 소나(음파탐지기)의 성능도 보완된다. 초계함이 80년대에 만들어진 구형이고 북한의 어뢰와 소나의 주파수 대역이 달라 적의 공격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여론에 휩쓸려 소나를 모두 신형으로 교체할 계획이었지만 10여 척의 초계함 소나를 바꾸는데 수 조원의 비용이 들어 포기했다. 하지만 어떤 내용의 성능 개량인지에 대해 군 당국은 명확한 설명을 꺼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1,500cc 소형차에 아무리 돈을 퍼부어봐야 3,000cc 대형차로 업그레이드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다만 초계함이 도태를 앞둔 장비라 한계가 있긴 해도 어뢰 대항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소나의 성능을 일정부분 개량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배분이다. 1,157억원 중에 해군사업에는 군함 성능개량 172억원, 음향센서 89억원, 레이더 10억원 등 300억원(26%) 정도만 투입됐다. 나머지 예산의 대부분은 엉뚱하게도 K-2소총, K-11복합소총, 기관총조준경 등 육군장비 일색이다. 군 당국은 "적의 침투와 국지도발까지 대비한 총체적인 전력보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보판단 능력 개선은 소 걸음
천안함 침몰 당시 군은 적을 보는 '눈' 뿐만 아니라 적절하게 대응하는 '신경체계'도 마비돼 있었다. 수집한 정보는 넘쳐나는데 분석이 느리고 판단을 주저하면서 결국 군 지휘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정보의 동맥경화 현상이다.
군 당국은 정찰위성 등 한미 정보자산을 통해 천안함 침몰 2,3일 전에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 남포 해군기지를 출발한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작전이 아니라 시운전 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심지어 천안함 침몰 직후 군 관계자들은 "으레 나왔다가 돌아가는 것이라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침몰 당일의 상황판단도 문제였다. 해군2함대사령부는 이날 오전 문자정보망 교신을 통해 "북한 잠수정과 잠수정을 실은 예비모선이 식별되지 않았다"고 전파했고, 오후에는 "북한 해안포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고 강조했지만 도발징후는 무시됐고 아무런 전투태세나 경계태세가 발령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합참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정보라인을 강화했다. 합참의장이 군사정보부라는 한 부서를 통해 모든 군사정보를 보고받고 판단하던 것에서 국방부 정보본부가 합참 정보본부까지 겸하면서 합참의장을 보좌하도록 조직을 확대했다. 또 장교들은 1, 2년 단위로 보직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정보분석과 판단능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민간 군무원을 비롯한 장기근무 정보요원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초동보고 체계도 바꿨다. 합참은 지휘통제실 근무요원을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고 4개팀으로 나눠 24시간 365일 대기토록 했다. 비상근무 전문가들로만 꾸린 셈이다. 군은 천안함 침몰 직후 합참 상황실장(대령)이 합참의장과 국방장관 보고를 누락해 청와대가 군 지휘부보다 먼저 움직였는가 하면, 해군과 합참라인을 통한 보고내용이 서로 달라 군이 사고발생시각을 3차례나 정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전문성과 훈련 부족으로 상황보고와 전파체계를 온전히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합동성 강화가 관건
천안함 침몰 이후 군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대표적인 게 '합동성' 부족이다. 합참을 중심으로 육ㆍ해ㆍ공군의 합동작전이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천안함이 외부 폭발로 해군전술지휘체계(KNTDS) 상에서 사라진 3월26일 오후 9시22분부터 포술장이 최초 보고한 9시28분까지 6분간 군은 천안함의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합참이 "서해에서 최고 작전태세인 서풍-1을 발령했다"고 밝힌 시각은 사고 후 18분이 지난 9시40분이었다. 해군 링스 헬기는 사고 25분 컥?9시47분, 공군 전투기는 1시간18분이 지난 10시40분에야 출격했다. 대잠 P-3C 초계기는 아예 출격하지도 않았다. 또한 사고 직후 해경이 갑호경계령, 경찰도 을호경계령을 발령했지만 전군비상경계태세는 다음 날에야 발령되는 등 군의 상황 인식은 안이했다.
국방부가 8일 발표한 '국방개혁 307계획'의 초점이 합동성 강화에 맞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은 합참을 명실상부한 군 최고지휘부로 만드는 것이다. 기존 군령(작전지휘)권 외에 작전수행과 연관된 인사, 군수, 교육 등 일부 군정(작전지원)권을 부여해 합참의장이 유사시 필요한 모든 권한을 갖도록 했다.
문제는 합동성 발휘의 전제조건인 의사결정과정 참여의 균형이다. 합참은 2006년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육ㆍ해ㆍ공군 보직 비율을 2대1대1로 맞춰야 하지만 2.7대1대1에 그치고 있다. 주요 보직자의 비율을 1대1대1로 맞추자는 당초 개혁안은 아예 최종 개혁과제 발표에서 빠졌다. 군은 또 천안함 사태 후 해상작전의 중요성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합참 작전부장에 해군 소장을 전격 기용했다가 5개월 만에 육군 몫으로 돌리기도 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천안함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향후 군의 대응이 다르긴 하겠지만 육군 위주의 사고에서 얼마나 벗어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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