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은막 밖 사생활은 영화만큼 화려했지만 불행의 연속이기도 했다. 7명의 남자와 8번 결혼했고 8번 이혼했다. 특히 영국배우 리처드 버튼(1925~1984)과의 사랑은 두고두고 영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세기의 사건이었다.
테일러의 남성편력은 10대 때부터 명성을 떨쳤다. 17세 때 백만장자와의 데이트로 할리우드를 떠들썩하게 했다. 1950년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호텔의 후계자 콘라드 힐튼과 웨딩마치를 시작으로 1996년 공사장 인부 래리 포르텐스키와의 마지막 결혼식까지 그의 결혼 이력은 한편의 서사극이었다.
그의 남성편력의 정점은 다섯 번째 남편 버튼과의 사랑이었다. 테일러와 버튼은 1960년 ‘클레오파트라’로 만나 격렬한 사랑에 빠져들었다. 1967년 결혼식을 올렸고 부부로 지내며 10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했다. 버튼은 결혼식 선물로 33캐럿 다이아몬드를 건네 세인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자 버튼과 테일러는 예정된 이별 수순을 밟았다. 1974년 공식적인 결별을 선언했다가 1975년 다시 결혼했다. 그리고 네 달 만에 이혼 도장을 찍었다. 두 번 결혼하고 두 차례 갈라섰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끝이 나지 않았다. 테일러는 “결혼한 남자 7명 중 버튼이 인생의 사랑이었다”며 스위스에 있는 버튼의 무덤 곁에 묻히기를 희망했다. 5번 결혼한 버튼도 1984년 “가장 사랑한 여인은 테일러였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버튼이 세상을 떠난 뒤 ‘테일러와의 사랑만 아니었으면 그는 더 큰 배우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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