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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신한銀 설립자 이희건 명예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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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신한銀 설립자 이희건 명예회장 별세

입력
2011.03.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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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설립자이자 평생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국 은행산업 발전에 헌신해온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일본 오사카(大阪)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1917년 경북 경산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의 한 시장에서 자전거 타이어 장사를 시작하면서 일본에 정착했다. 1955년 동포상인들을 규합해 신용협동조합인 오사카흥은(大阪興銀)을 설립해 일본에서 가장 실적이 우수한 조합으로 성장시켰다.

고인은 재일동포들이 한국에 투자하려고 해도 한국 내에서 융자받기가 쉽지 않자 직접 국내에 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 1974년 동포들의 국내투자 창구역할을 하는 본국투자협회를 세우고 1977년에는 신한은행의 전신인 제일투자금융을 설립했다. 고인은 5년 후인 1982년 재일동포 340여명의 출자금을 모아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자본 은행인 신한은행을 설립했다. 자본금 250억원, 영업점 4곳, 임직원 274명의 작은 규모로 출발한 신한은행은 현재 총자산 300조원이 넘은 신한금융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쾌활하고 호방한 성격인 고인은 2001년까지 신한은행 회장을 맡아 우량은행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고인은 "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신용을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라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고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재일동포들의 성금 100억 엔을 모아 한국에 기부해 무궁화훈장을 받았으며, 외환위기 때는 일본에서 국내송금 보내기 운동도 주도하기도 했다.

23일 신한금융 주주총회가 끝날 때까지 별세를 알리지 말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들끼리 영결식을 마쳤다. 신한금융은 유족과 협의해 한국에서 별도로 추모식을 준비할 예정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의 역사이자 조국을 사랑한 거목이 졌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대한민국을 사랑한 애국자이자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고인이 우리 곁을 떠나 무척 슬프다"고 애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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