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습 작전에 나선 연합군 지휘체계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일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는 국가 간 이견이 줄었다. 다만 NATO 주도시 생기는 논란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국제안보지원군(ISAF)처럼 별도의 연합군 통합 사령부를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우선 NATO의 역할에 대해선 이견이 해소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NATO가 리비아 작전을 지휘해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세 정상은) NATO가 지휘부의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아랍권 반감을 이유로 NATO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반대했던 프랑스가 입장을 누그러뜨린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28개 NATO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얻는 게 과제다. NATO가 리비아에서 군사 작전을 주도하기 위해선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22일 회의까진 터키, 독일 등의 반대가 걸림돌이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날 앙카라에서 "터키는 결코, 절대로 리비아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편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의 입장엔 아랍권 영향력 유지 필요성, 공습을 주도한 프랑스에 대한 반감 등이 영향을 미친 듯 하다. 독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리비아 관련 결의 1973호 투표 때 기권하는 등 당초부터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대세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터키 고위 외교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터키도 아마 NATO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고, 독일 슈피겔 온라인판도 "독일은 군대를 보내진 않겠지만 NATO의 개입은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NATO만 전면에 나서면 아랍연맹 등 아랍권이 가세하기 힘들어진다. 서구 군사기구의 주도하에 아랍권 국가들이 지휘를 받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ISAF처럼 새로운 통합사령부를 만들어 NATO와 비(非)NATO 국가들이 함께 참여토록 하는 안이 거론된다. 아프간 ISAF도 사실상 NATO가 주도하지만 한국 호주 등 비NATO국 아프간 파병부대의 작전도 총괄한다.
AFP통신은 미국이 ISAF 모델을 제안했다고 전했고, FT는 23일 영국 고위 관리를 인용, "ISAF 같은 지휘 구조를 만드는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작전조율을 위해 각국 외교장관 등이 포진한 정치적 기구 같은 것을 만들자는 데 영국과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작전은 일단 지금처럼 NATO 중심으로 진행하되 통합 지휘체계는 따로 만들어가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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