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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사공모제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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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사공모제의 함정

입력
2011.03.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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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진흥위원장 선임이'진통'이다. 공모 두 달이 지났지만, 최종후보 5명을 놓고 정병국 문화부장관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후보자 모두 마음에 들고 자격도 충분해 "누구로 할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행복한 고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상황은 그 반대다. 백 번을 고쳐 생각해도 "이 사람"이라고 낙점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위원장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뒤로 빠지고, 지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탐탁지 않게 생각해 고민"이라는 그의 심경 토로가 빈말은 아닌 모양이다.

■ 인사공모제의 가장 큰 목적은 널리, 좋은 인재 구하기이다. '널리'는 지연, 학연, 코드에 얽매이지 않고,'좋은'은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 인물을 말한다. 엽관제나 정실인사에서 벗어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기회 균등, 공정성과도 맥이 닿아 있다. 2000년부터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직위공모제는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정 부처의 주요 직위를 뽑는 제도다. 또 하나는 공직사회 외부로까지 그 대상을 넓혀 해당 분야의 참신하고 실력 있는 사람을 뽑는 산하기관장 및 공공기관장 공모제이다. 영진위원장도 해당된다.

■ 공모제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제도만 좋다고 결과까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미리 특정인을 정해놓고 응모자들을 들러리로 만들거나, 공모과정에 정치, 이념, 학연과 지연 등이 작용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공모제를 악용한 코드 인사, 보은 인사의 병폐는 지난 정부에서 숱하게 봐왔고, 지금도 여전하다. 노골적인 압력에서 특정인이 후보로 추천될 때까지 공모를 반복하는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순진하게 제도만 믿고 잘못 달려들었다가는 망신만 당하기 십상이다.

■ 현실이 이러니 문화부장관의 탄식처럼 누가 봐도 일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뒤로 빠지고 자리 욕심이 앞선 사람들이 몰린다. 공모제의 치명적 한계는'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자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변명처럼 하는 말.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었다. 그 '차선'이 '최악'인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정 장관의 고심이 길어지는 이유이다. 더 고민한다고 후보자들이 바뀔 리는 없다. 그보다는 공모제가 가진 한계를 조금이라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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