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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1> 뇌종양 치료 흐름 바꾼 김재용 뇌신경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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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1> 뇌종양 치료 흐름 바꾼 김재용 뇌신경센터 교수

입력
2011.03.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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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뇌종양 환자가 2004년 김재용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를 찾아왔다. 뇌종양 중에서도 악명 높은 교모세포종이었다. 이 환자는 종양이 오른쪽 측두엽과 기저핵 부위에 생긴데다 크기도 6㎝ 정도로 커서 수술이 쉽지 않을 듯했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김 교수는 뇌종양치료팀(neuro-oncology team)과 상의한 뒤 환자에게 수술 후 방사선 치료와 경구용 항암제를 동시에 쓰는 병용요법을 권했다. 당시 유럽에서 제3상 임상시험을 막 마친 최신 치료법이었다. 이 치료법은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뇌종양 치료에 적합하며, 유럽과 UCSF(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적인 뇌종양 치료병원에서만 시도하던 것이었다.

뇌종양 치료에 새 지평 열다

병용치료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평균 생존기간이 1년 6개월도 채 되지 않는 교모세포종 환자가 7년이 지난 지금도 별다른 합병증 없이 지내고 있다. 첫 환자에게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김 교수는 악성 뇌종양 치료에 본격적으로 항암ㆍ방사선 병용요법을 쓰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이 치료법의 제3상 임상시험 결과를 내놓은 바 있는 로버트 스툽 교수를 초청한 대한뇌종양학회 학술대회에서 국내 치료경험을 발표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2008년에는 국내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 한국인에게도 효과적 치료법임을 증명했다. 그 결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악성 뇌종양 치료에 항암ㆍ방사선 병용요법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뇌종양 치료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김 교수는 동료 사이에서‘화합형 개척자’로 통한다. 그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갈 때마다 항상 함께하겠다는 이들이 있었다. 항암ㆍ방사선 병용요법의 성공도 방사선종양학과와 혈액종양내과, 병리과, 영상의학과로 구성된 뇌종양치료팀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 교수에게 항암ㆍ방사선 병용요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뇌종양 치료에 팀워크가 중요한 이유는.

“뇌종양은 종양의 위치에 따라, 환자 나이와 전신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아주 판이하다. 뇌에 종양이 생기면 안전 부위까지 충분히 절개하기 힘들다. 자칫하면 마비가 되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신경학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악성 종양의 진단부터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에 이르기까지 협진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에 성공하기 어렵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 후 2004년부터 뇌종양치료팀을 꾸려 함께 치료방향을 토론하고 논의해 결정하고 있다. 지난 19일에 발족한 대한신경종양학회에서도 우리 스텝 전원이 핵심 준비 멤버로 참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종양치료팀은 최강이라고 자부한다.”

-뇌종양이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양성 뇌종양은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이다. 양성 뇌종양은 건강검진이나 교통사고 후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악성 뇌종양은 다른 어떤 암보다 치료성과가 좋지 않다. 2년 생존율이 25%에도 되지 못한다. 뇌종양은 치료법이 많아 환자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악성 뇌종양이라면 수술과 적극적인 추가 치료를 신속히 해야 한다. 양성 뇌종양이면 수술을 무리하게 하기보다 환자상태를 고려해 신중히 치료방침을 정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진료하는 양성 뇌종양 환자 가운데에는 수술하지 않고 경과만 지켜보고 있는 환자가 수술한 환자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수술하나.

“악성 뇌종양이라면 수술하거나 조직검사 후 추가적인 치료계획을 세운다. 양성 뇌종양이라도 증상이나 신경학적인 문제가 생길 때에는 수술해야 한다. 수술은 크게 머리 뼈를 절개해 뇌를 드러낸 뒤 현미경을 이용해 종양을 제거하는 미세현미경수술과 두개골에 동전만한 구멍을 뚫고 종양 부위에 바늘을 넣어 조직을 떼내는 방법(종양의 조직학적 검사만 필요한 경우)이 있다. 최근에는 수술용 현미경, 내비게이션, 뇌 내시경, 수술 중 뇌신경 감시장치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기기를 쓰므로 뇌 손상이 줄고 종양만 없앨 수 있다.”

-악성 뇌종양 치료에 방사선ㆍ항암 병용요법을 맨 처음 시도했는데.

“예전에는 뇌종양 치료에 효과적인 약이 거의 없었다. 2000년대 이후 교모세포종 치료에 병용요법의 효과가 확인됨으로써 이를 환자에게 적극 적용했다.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악성 뇌종양 치료에서 가장 주목받는 치료법의 하나가 됐다. 수술이 어렵거나, 수술과 방사선치료 후 재발했을 때에도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뇌 임파종과 동양인에서 많은 생식세포종양에 효과가 탁월하다. 여러 약을 조합해 투여하는 방법도 임상연구를 통해 개발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도 기초 실험부터 다국적ㆍ다기관 임상시험까지 적극 참여해 새로운 뇌종양 치료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술보다 항암치료 등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떤 치료법이든 궁극적으로 치료효과를 높이는 게 목표다. 물론 수술도 중요하다. 나도 신경외과 의사로서 수술을 가장 깊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뇌종양 치료 프로그램에 초기부터 항암제를 도입해 적극 치료해, 이전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병용 치료법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새로운 약과 병용요법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어떤 암이든지 여러 과 전문의가 힘을 합치면 시너지효과가 나는 게 당연하다.”

-뇌종양 환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뇌종양은 종양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나는 치료하기 전에 환자와 가족들에게 치료법을 충분히 설명한다. 외래 진료 때에도 가능하면 15분 이상 시간을 할애하려고 한다. 수술 전에는 가족들과 최소한 30분 이상 면담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과정뿐만 아니라 치료과정도 충분히 들려줘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뇌종양 진단을 받아도 불안해하지 말고 평소대로 즐겁게 생활하면 된다. 환자들이 삶의 의욕이 떨어지면 오히려 치료결과도 나빠진다. 특히 양성 종양이라면 평소처럼 일하고 운동도 하라고 조언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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