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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사해동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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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사해동포주의

입력
2011.03.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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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미국 사는 처제가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왜 한국이 일본을 돕느냐고 의아해했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미국 국민들 중에 한국과 일본을 같은 나라로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기 나라에서 지진이 나고 자기 국민들이 방사선에 피폭되었는데 돕고 하는 것이 우습다고 수군거렸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뼈아프게 전해 들었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가 일본이라 하는데 '가깝다'는 그 의미를 실감했습니다. 세계적인 유명 예술단들이 예정된 일본 공연을 취소하면서 한국 공연까지 취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들 내한 공연을 꺼리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나라로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동여행이라면 다 불안하게 여기는 것 같이 일본의 비극이 한국, 나아가 중국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는 모양입니다. 논어에 '사해동포(四海同胞)'라는 말이 나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형제와 같이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해동포주의'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국가적 이기심을 버리는 박애주의입니다. 미국의 논리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끔찍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일본에 감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지금은 도와야 할 때입니다. 일본 지진으로 박애주의가 사라져가는, 자국 이기주의 앞에 지구는 둥근 별이 아니라 산산조각 난 조각별이란 생각이 듭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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